디지털 기술이 세계를 직접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텍스트를 생성하는 AI를 넘어, 센서와 로봇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행동하는 ‘피지컬 AI(즉, 몸을 가진 AI)’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NVIDIA의 CEO 젠슨 황도 이를 "AI의 다음 물결"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의 피지컬 AI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간의 눈과 손, 뇌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인식하고 주행 경로를 판단하며, 로봇이 물건을 집거나 조립하는 모든 과정이 피지컬 AI의 영역이다. 이는 농생명바이오산업, 제조업 및 물류, 헬스케어, 도시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와 효율화를 이끌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러한 흐름을 지역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피지컬 AI를 “전북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이라 선언하며, 정부의 추경을 통해 229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총 2조 원 규모의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SW 플랫폼 기반 생태계를 조성하고, 모빌리티·푸드테크·물류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2단계에서는 로봇 스타트업 캠퍼스와 통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산업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전북대학교가 있다. 피지컬 AI 실증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전북대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기술 설계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본 캠퍼스에 1,000평 규모의 산업용 로봇 실증 공간을 마련하고, 완주 이서캠퍼스 부지에 5만5천 평 규모의 전용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전북대는 특히 ‘협업지능 피지컬 AI’ 모델을 통해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제조 현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 네이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과 공동 연구소를 집적화하고, 카이스트·성균관대와 연계한 융합형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캡스톤디자인, 학점 교류, 실습 중심 교육과정 등은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물론 피지컬 AI의 확산에는 기술적·사회적·윤리적 과제가 뒤따른다. 막대한 연산 자원과 고품질 학습 데이터, 예측 불가능한 물리 환경에서의 안정성 확보는 기술적 난제다. 자율 시스템의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 인간 생명과 관련된 윤리 기준, 자동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 안전성 검증 강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전문 인력 양성 등 다층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도 기술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술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전북자치도 그리고 전북대학교, 원광대학교 등 지역의 대학이 연합하여 기술 실증, 인재 양성, 산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대한민국 생성형 AI를 넘어선 물리적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고, 피지컬 AI로 그 미래는 움직일 것이다.
백승우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