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의 최후 항쟁지로 알려진 대둔산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정읍에서 열린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내년 2월 22일까지 ‘대둔산, 동학농민혁명 최후 항전지’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 특별전시실에서 약 5개월간 진행된다.
전시는 사진작가 임채욱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임 작가는 그동안 북한산과 무등산 등 국내 산들의 풍경을 한지 작업으로 표현해온 중견 작가로, 이번 전시를 위해 수개월간 대둔산 곳곳을 직접 답사하며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담아냈다.
대둔산은 완주군과 충남 논산·금산에 걸쳐 있는 해발 878m의 산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웅장한 풍광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1894년 겨울, 공주 우금티 전투에서 밀려난 동학농민군이 마천대 남서쪽 미륵바위 일대에 근거지를 두고 항전을 이어간 곳이기 때문이다. 농민군은 극심한 추위와 무기 열세 속에서도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나, 1895년 2월 18일 결국 최후를 맞았다.
재단은 이번 전시에서 임 작가의 사진 작품 외에도 한지 설치 작품,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상 등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대둔산에 깃든 자유·평등·인간 존엄의 가치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임 작가는 “지난겨울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청년들을 보며 130년 전 동학농민군이 떠올랐다”며 “간절한 꿈을 품고 산으로 향했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농민군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동학농민혁명은 근대사의 암울한 시기 속에서 타오른 불꽃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번 전시가 벼랑 끝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농민군의 정신을 되새기고 미래와 연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4시 동학농민혁명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