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잔치로 웃음 나눈 전유성, 지리산 자락에 남은 이웃의 기억

남원 정착 후 국수집 운영·마을 잔치로 지역과 호흡
예능 출연과 지역 청년 교류 등으로 웃음·문화 전파
"이웃같은 연예인" "참 좋은 사람" 주민들도 눈물

'개그계 대부' 전유성의 빈소 (서울=연합뉴스) 개그맨 전유성의 빈소가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2025.9.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대한민국 코미디계를 대표했던 개그맨 전유성 씨가 지난 25일 별세했다.

앞서 2018년 남원시 인월면 중군마을로 거처를 옮긴 그는 특유의 소탈함과 따뜻한 배려로 지역 주민들에게 '이웃 같은 연예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중군마을에 정착한 전 씨는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깊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다.

인월에 온 뒤 마을에 국수집을 열었고, 지리산 자락의 고즈넉한 자연을 즐겼으며, 때로는 공연과 잔치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웃음을 직업으로 삼았던 그는 남원의 산천과 함께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유머의 사람'으로 기억됐다.

마을 주민 신모 씨(72)는 "전유성 씨가 이사왔을 때, 음식을 준비해서 마을 사람들하고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며 "밥 잡수러 간다고 마을을 나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주민 장모 씨(71)는 "(전유성 씨가) 국수집 앞에서 마을 잔치를 열었을 때는 산내·운봉에서도 사람들이 참 많이 왔다"라며 "음식도 맛있었고, 판소리 공연도 보면서 즐거웠다. 동네 사람들하고 많이 웃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전 씨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참 좋은 사람 하나가 갔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전 씨는 남원에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지리산에서의 생활을 소개했다. 그의 소박한 농촌 일상과 산자락 풍경은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가 남긴 작은 흔적은 또 있다. 운봉읍의 한 카페 ‘반달곰의 새참’은 전 씨의 제안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카페 주인이 빵을 배우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조언과 유머가 곁을 지켰다.

무대 밖에서도 사람과 문화를 잇던 전 씨의 발자취는 이처럼 지리산 곳곳에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한편, 전 씨는 1969년 TBC 방송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뒤 개그맨으로 전향했다. 이후 ‘유머 1번지’와 ‘쇼 비디오 자키’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한국 코미디의 한 축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발인은 오는 28일 오전 8시, 장지는 남원시 인월면이다.

생전 전유성 씨가 터를 잡았던 중군마을 입구/최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