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엿새째 도민들의 크고 작은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필수민원 처리를 위한 긴급복구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행정전산망 장애로 행정 및 민원 서비스 현장은 어수선했다. 전북자치도 내부 전산망인 온나라 공문서 수·발신, 온메일과 온톡(메신저) 등이 먹통이 되면서 공무원들은 한때 발만 동동거려야 했다. 또 주민센터 무인민원 발급기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서비스 중단 문구를 보고 민원실에서 대면 신청을 해야 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대전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어난 디지털 대란은 그동안 우리가 자랑해온 ‘디지털 정부’가 얼마나 초라했는가를 생생하게 실증해줬다. 만일 국정자원이나 정부 데이터센터에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국가 기능이 속수무책으로 마비될 것을 생각하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에 대비한 시설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647개 정부 전산시스템이 가동을 멈췄다. 이중 436개는 정부24, 모바일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이고 나머지 211개는 공무원 업무용 행정 내부망 서비스다. 96개 시스템은 화재로 직접적인 손상을 입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다행히 주민등록, 여권, 토지대장 온라인 발급 등은 긴급 복구됐다. 하지만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 청구, 119 다매체 신고 접수, 직불제 자격검증 등은 여전히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이번 사태에서 시민들이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인터넷우체국’과 ‘우편물류’ 시스템의 장애였다. 복구는 됐지만 일년 중 가장 수요가 많은 시기여서 불편을 초래했다.
문제는 그동안 여러차례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서버 이중화 공백을 방치하고 쌍둥이 백업센터인 공주센터 개청도 13년째 미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전산망 장애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국민 서비스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안전망 혁신의 대전환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AI 3대 강국’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