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을 기점으로 차기 전북도지사 유력 후보군이 사실상 모두 결정 나면서 ‘전북권 맹주’다툼이 본격화했다.
연휴 기간에 전북도지사 후보 진영 사이의 가시적인 견제나 출마를 대놓고 암시하는 행동은 자제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들의 활동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미 도지사 선거전은 막을 올렸다고 해석했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이 열었다. 추석 연휴 바로 직전까지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으로서 지방선거 관리를 책임질 예정이었던 그는 지난 2일 도당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의원이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갈음한 바로 당일에는 정청래 당 대표가 이 의원의 지역구인 김제전통시장을 찾았다. 표면적으로는 정 대표의 호남 민생현장 방문 일정 중 하나지만, 당 대표 선거 당시 자신을 지원했던 이 의원의 지역구를 찾았다는 데에 지역정가의 해석이 분분했다.
물론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으나 정치적 포커스는 정 대표의 방문 비하인드 스토리에 쏠렸다.
지난 8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 의원의 지역구인 김제를 찾았다. 김 총리는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청년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은 청취했다. 이 역시 겉으로는 총리의 민생탐방이었지만, 당 대표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잇따라 김제를 방문하면서 이를 지방선거와 연계시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김 지사와 도정 수뇌부, 관련 부서도 김 총리를 맞아 현장 시찰을 도왔다.
지난 선거에 이어 내년에도 도지사 선거에 출마가 확실시되는 안호영 의원은 명절 기간 동안 도지사 선거의 승부처로 꼽히는 전주 시내 전통시장을 누볐다.
지난 3일 전주 모래내 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을 만난 그는 바로 다음날인 4일에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추석맞이 장보기 행사를 진행했다.
안 의원은 모래내 시장에서는 국회 환노위원장으로서 노후화한 전통시장 환경 개선을 약속했으며, 전주 남부시장에서는 도지사 공약과 유사한 정책들이 제시됐다.
그중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형 전통시장 개발 등은 실제 선거공약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현직 시장으로 활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다른 지역 현장에 나타나진 않았으나 전주 시내 등 도내 곳곳에 명절 덕감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자신의 인지도 확산을 위한 현수막 정치를 이어갔다.
한편 김관영 대 안호영 양자구도로 예상됐던 내년 도지사선거는 이원택 의원과 정헌율 시장이 가세하면서 4자 구도로 재편됐다. 이로써 오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아닌 전북의 정치 헤게모니를 누가 장악하느냐는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