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대통령 공약과 부유하는 새만금

15년 전,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건축가 김석철 교수(1943~2016)를 인터뷰로 만났다. 몸담았던 대학을 퇴직한 후 자신이 설립한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을 이끌고 있었다. 연구원은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의 가파른 고갯길에서도 가장 위쪽에 있었다. 2000년 초반, 북촌의 100년 된 한옥을 보수해 들어간 이 공간을 그는 북촌의 한옥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부터 살면서 보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개보수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곳 연구원들은 그 후 주변 한옥을 개보수하는데도 참여했으니 어느 정도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의 도시들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새만금과 인연이 깊다.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그 미래를 제시해온 그에게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은 조언을 구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새만금을 주 쟁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대통령 선거 공약에 새만금을 끌어들인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중요한 대상인 새만금이야말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자질을 검증하기에 좋은 이슈라는 것, ‘새만금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비중은 아니더라도 새만금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가느냐에 대한 철학은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김 교수는 새만금의 미래에 큰 의미를 뒀다. 어찌 됐든 새만금은 대통령 공약의 우선순위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폐기되거나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선거 때마다 이용되는 정쟁의 희생물이 됐다.

도시 설계 결과물을 모아 놓은 명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는 김 교수의 빛나는 결실이다. 이 책에서도 새만금의 미래를 위한 설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농업시대에서 해양시대로 간다'며 주목했던 새만금의 미래는 황해공동체의 공동시장과 물류기지, 사계절 관광단지로서의 기능이다. “세계의 대부분 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시대라며 관건은 물류라고 강조한 그는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경제 환경으로 증가하게 될 중국 북안 도시권으로의 항만 물량에 대비해 서해안 어디보다도 좋은 조건을 가진 새만금에 새로운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돌아보면 새만금 개발 전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요동쳤다. 농지 확보로 시작된 새만금은 개발 기조나 핵심 사업까지 변화무쌍한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결실이 구축되었을 리 없다.

이재명 정부도 공약을 내놓았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해 속도감 있는 추진을 내세웠다. 새만금기본계획 변경안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새만금의 부유를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