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나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

리더스아카데미 2학기 3강···세상에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이름값은 하고 살자

2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4층 세미나실에서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나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

지난 21일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2학기 3강이 한국전통문화전당 4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전통언어 문화의 가치와 이름에 담긴 철학을 풀어냈다. 그는 국제서예가협회 부회장과 호남고전문화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강암 연묵회 회장 등 서예와 관련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이번 강의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자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김 교수는 “공자는 ‘정명’이 곧 정치의 시작이라 했다”며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자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자식에게 지어준 이름은 좌우명이며, 한 글자마다 살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 학자들의 이름과 호(號), 자(字)에 담긴 철학을 예로 들며 “남명 조식의 호처럼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도리가 이름에 담긴다”고 했다.

또한 “현대의 건축물이나 공간에도 이름을 통해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현판을 쓴 전주술박물관의 ‘대형’, 선비체험관의 ‘만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술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도 교만하면 넘친다’는 뜻으로 ‘계형’을 썼다”며 “이름 하나에도 겸손의 미학을 담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주동물원의 현판 ‘기린원(麒麟苑)’도 예로 들며 “기린은 훌륭한 제왕이 태어나기 전 나타나는 상서로운 동물”이라며 “전주는 그런 인재의 고장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이름값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나는 나의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가와 내 아들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름을 남겨줄 자신이 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며 “이름은 단지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과 행위가 만들어지는 신용”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