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 첫 동시집'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펴내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표지/사진=교보문고

“흰긴수염고래 귀지를 봤어/ 텔레비전에서 본 귀지는/ 고래 덩치만큼 엄청 컸어/ 그거 알아?/ 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 있대/ 나이가 몇 살인지/ 새끼는 얼마나 낳았는지/ 플랑크톤을 몇 접시나 삼켰는지/ 친구와 알래스카에 놀러 간 날도 들어 있대/ 하루하루 써 놓은 일기가 들어 있대/ 덩어리째 굴러 나온 내 귀지를 봤어/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굴러 나온 것만 같아서/ 돌돌 말아 버렸지/ 내 귓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날이었지.”(시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전문)

김헌수 시인이 첫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브로콜리숲)을 펴냈다.

이번 동시집은 동물과 사물, 자연의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포착해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빛으로부터 출발해, 사소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길어 올린다.

실제 시집 속에는 고래의 귀지, 비 오는 날의 우산, 빗방울이 전하는 편지 등 평범한 사물과 순간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작고 여린 존재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일깨워준다.

작품을 읽다 보면 미소가 번지거나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어린이에게는 공감과 상상의 기쁨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와 따뜻한 감각을 선물한다.

김 시인은 “동시를 쓴다는 것은 유년시절의 마음을 오래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며 “수업종이 울려도 물웅덩이에 빠진 땅강아지를 바라보다 지각하던 기억처럼, 남들에겐 스쳐 가는 장면 속 감정의 물방울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큰곰자리를 좋아하는 친구, 달팽이가 남긴 반짝이 길 등 유쾌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동시를 읽는 동안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기억 하나가 독자에게 닿는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동시집을 통해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 하나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와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