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 승부거는 전북](상)늦은 출발, 신(新)바이오 새 판 짜야

오송·대구는 기업 집적, 전북은 연구 중심…산업화 속도 뒤처져
식품클러스터·방사선연구소 등 인프라는 탄탄하지만 기업 연계 약해
후발주자 전북, 재생의료·정밀의료 선점이 유일한 돌파구로 떠올라

전북의 그린 바이오의 산업화가 기로에 섰다. 전국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췄지만, 그 산업화를 이끌 기업 생태계는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대형 제약사가 주도하는 기존 시장을 뒤쫓기보다, 이제 막 성장세에 진입한 ‘첨단 재생의료’ 분야를 선점해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전북의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첨단 바이오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속 전북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2차례에 걸쳐 전북 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바이오 관련 대기업 등이 이미 타 지역에 자리잡은 반면, 전북은 바이오 산업화에 뒤늦게 뛰어든 명백한 후발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연구 영역에 따라 △그린바이오(농생명·식품·천연물 등) △레드바이오(의약·의료·재생의료 등) △화이트바이오(바이오소재·환경)로 구분되는데, 전북은 기존 인프라만 있을 뿐, 산업화로의 연계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바이오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지역은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권이다. 이들 지역은 대형 제약사와 연구기관이 집적된 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며 국가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다지고 있다.

22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전북은 오랜 기간 농생명 산업을 바탕으로 그린바이오 분야에서 탄탄한 토대를 쌓아왔다.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식품과 바이오를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았고, 정읍에는 방사선의학연구소와 첨단방사선연구센터 등 방사선 응용 연구 기반이 구축돼 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도 지역 내 생명과학 연구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산업화의 연결 고리’다. 연구기관과 병원 중심의 구조가 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역에 경제적 수익을 안겨주는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의 전북이 역설적으로 기존 산업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농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만큼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여지가 크고, 제도 실험이나 기업 테스트베드 구축에도 유연하다는 것이다.

도내 한 바이오 전문 연구원은 “오송이나 대구처럼 이미 시장이 포화된 곳과 달리 전북은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바이오산업은 대기업이 독점하지 않은 영역이 여전히 많다. 특히 헴프 등 첨단 재생의료처럼 신기술 중심의 분야는 전북이 도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산업 구조의 한계를 벗어나 첨단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