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흔의 나이를 맞으면 세상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불혹(不惑)’이라 한다. 1986년 창단 이래 오페라를 통한 한국음악의 세계화와 지역문화 진흥에 힘써온 ㈔호남오페라단이 올해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다. 지난 40년의 세월 동안 지역 무대의 뿌리를 지켜온 단체는 올가을,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도민과 만난다.
㈔호남오페라단은 다음 달 14일 오후 7시와 1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이자 제54회 정기공연으로, ‘3대 베르디 오페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창단 이후 40년 동안 도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오페라의 뿌리를 다져온 민간 단체인, 호남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오페라 본연의 힘’과 ‘예술의 지속성’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운명의 힘’은 인간과 신, 그리고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40년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은 사랑과 복수, 구원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장대한 음악 속에 담아낸 걸작으로, 186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뒤 1869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개정판이 선보이며 세계 오페라사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 3대 오페라로 꼽히며, 인간의 고뇌와 신의 섭리를 함께 응시하는 서사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14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라희(도나 레오노라), 테너 박성규(돈 알바로), 바리톤 한명원(돈 카를로), 베이스 이대범(칼라트라바 후작·콰르디아노)이 출연한다. 15일 공연에는 소프라노 임경아, 테너 이재식, 바리톤 조지훈, 베이스 이대혁 등 지역 기반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세계적인 오페라 전문지휘자 클라우디오 마리아 미켈리가 맡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강명선 현대무용단이 협연해 무대의 장엄함을 더한다.
‘운명의 힘’은 주인공 레오노라, 알바로, 카를로 세 인물이 신의 뜻과 인간의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엄한 합창과 극적인 아리아, 웅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지며 베르디 특유의 서사적 긴장감을 완성한다. 대표 아리아 ‘신이시여, 평화를 주소서(Pace, pace mio Dio)’ 는 절망 속에서도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간절함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지난 3년간 이어온 ‘베르디 3대 오페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호남오페라단의 조 단장은 “40년 동안 지역 오페라의 한 축을 지켜온 단체로서,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정통 오페라를 선물하고자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