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지난해 45억 원 예산으로 약 20만 명 관람객 달성 반면 73억 사용하는 전남도립미술관 작년 12만 명 방문 뛰어난 기획력과 운영으로 지역미술 생태계 바꿔 다만 미술관 예산 적다보니 인력 충원이나 시설 개선 더뎌

전북도립미술관 전경사진.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북도립미술관이 ‘작지만 강한 미술관’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광역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술관 중 예산 규모가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람객 수를 달성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4일 전북도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관 예산은 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북과 인접한 광역지자체 미술관인 전남도립미술관(73억 원) 비해 28억 원, 광주시립미술관(179억 원)보다 134억 원 적은 수치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미술관 예산을 살펴보면 △부산시립미술관 236억 원 △부산현대미술관 104억 원 △대구미술관 147억 원 △대전시립미술관 73억 원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69억 원 △제주현대미술관 68억 원 △제주도립미술관 63억 원 등으로 파악됐다. 전북도립미술관보다 예산이 적은 곳은 울산시립미술관(49억 원)과 경남도립미술관(41억 원) 두 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재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립미술관 관람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북도립미술관 관람객 수는 19만 9230명으로 집계됐다. 인근 전남도립미술관의 경우 12만 8032명,광주시립미술관은 17만 6020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예산 규모만 놓고 보면 불리한 조건이지만, 지역성과 예술성을 살린 전시와 시민 참여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립미술관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미안해요, 프랑켄슈타인> <버릴 것 없는 전시> <진격하는 B급들> 등 동시대적 담론을 반영한 특별전을 통해 뛰어난 기획력을 보여줬다.

또한 전북 지역 기초 시군 공립 미술관 학예사와 매월 1회 연석회의를 진행해 전체 학예 인력과 긴밀한 소통으로 연대와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미술관 소장품을 학예사에게 개방하여 공공 자산을 공통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지역미술관 활성화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 적은 만큼 인력 충원이나 시설 개선 등은 타 시도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비가 오는 날에는 미술관의 수장고(미술품 보관실) 누수 문제로 직원들이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미술관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 확보와 지원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미술관이 지금의 성과를 단발적인 사례로 끝내지 않고 지역 미술 생태계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운영 기반의 안정화가 필수적”이라며 “지역 문화 향유권 확대와 미술관의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충분한 예산과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