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제23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전북이 ‘발효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뜻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으로서 이틀간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지닌 세계화의 가능성과 함께 엑스포가 진정한 국제행사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엑스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주관하고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이 주최하여 22개국 326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북 각 지역의 장인들이 손수 만든 발효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며 K-푸드의 뿌리를 이루는 발효문화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람객들은 이미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발효식품에 대해 높은 이해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와 문화적 이미지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효식품이 K-푸드의 토대가 되어 세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K-푸드의 세계화는 결국 그 토대가 되는 발효식품이 진정으로 세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이나 홍보가 아니라, 문화적 이해와 체험을 중심으로 한 ‘관계형 홍보 전략’이다. 외국인들이 전주를 찾아 전북 각 지역의 발효 음식을 맛보고 장인들과 대화하며 한국인의 정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험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곧 한국의 브랜드가 되고, 그 신뢰의 전파가 바로 공공외교로 이어진다.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 행사장 접근성이 낮아 외지 방문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발효의 원리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관람객 구성은 대부분 지역민 중심이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글로벌 식품관의 시도는 흥미로웠으나 언어 장벽과 문화적 거리감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약 현장에서 통역을 통한 직접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면 발효문화를 매개로 한 교감의 순간들이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접근 인프라와 안내 시스템, 언어 지원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주는 발효를 주제로 한 교육형 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객이 직접 장을 담그고 발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확대해 문화적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행사장과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엑스포는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이러한 지역 기반의 국제행사를 국제홍보 차원에서 지원하며 공공외교의 현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공외교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완하고 국민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매개로 세계와 신뢰를 쌓는 관계 중심의 외교이다. 이는 단순한 국가 홍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교다. 이러한 철학을 ‘발효외교’로 정의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북의 발효문화는 지역의 전통을 넘어 세계 속에서 신뢰와 관계를 빚는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성과 기다림이 숙성되어 깊은 맛을 내듯, 신뢰가 쌓일 때 문화는 외교가 된다.
조진이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