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

지금 노인세대는 예전과 다르다. 뒷방 늙은이가 아니고 자기관리에 적극적이다. 쇠약하고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경제적 여유와 건강, 시간을 가진데다 디지털 친화성까지 갖추고 있다. 이들을 흔히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활동적 노년)라 부른다.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참여 및 여가, 소비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한다.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 이후다. 대학에 액티브 시니어학과까지 개설되었다.

이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정확한 연령 기준은 없다. 넓게 보면 은퇴를 경험한 50대부터 건강한 신체를 가진 70, 80대까지다. 하지만 이들을 새로운 소비트렌드의 타깃으로 삼는 기업들은 좀더 엄격하다. LG경영연구원은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 보고서(2023년)에서 이들의 특징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나 중심의 선택적 소비를 제시하면서 연령대를 55∼69세로 좁혔다. 이에 비해 일본 액티브시니어협회는 액티브 시니어를 전기고령자인 65∼75세로 잡는다.

이와 관련해 이번 달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일본 시니어 시프트 대전환, 우리 기업의 새로운 기회’ 리포트는 시사하는 바 크다. 세계 최고령국가 일본을 우리가 뒤쫒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일본 총인구는 1억2344만명이며 이중 65세 이상은 29.3%, 초고령세대인 75세 이상은 17%를 차지한다. 일본에서 액티브 시니어 대두는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일본은 60세 이상 가구의 개인보유 금융자산이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이들은 종전 식비와 의료 등 필수지출형 구조에서 탈피해 패션, 여행, 운동, 문화, 오시카츠(팬덤활동) 등에 주력한다. 단순한 생존과 돌봄 대상에서 벗어나 선택적 소비구조로 진화한 것이다. 한 마디로 ‘즐기는 노후’다.

기업들도 이들을 잡기 위한 각종 전략을 구사한다. 가령 라이잡(RIZAP)은 ‘근육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걸고 운동, 식단, 생활습관을 통합관리해 주는 노인전용 맞춤형 헬스케어 트레이닝이다. 하루메크는 70-80대 여성을 대상으로 패션, 헬스, 여행, 취미 등 종합생활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JR동일본은 50대 이상 철도 회원을 대상으로 풍경트레일과 현지 어부가 준비한 해산물 체험, 불꽃놀이 역사기행, 사케양조장 순례와 온천체험을 포함한 미식여행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상진료와 전자처방 및 약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라인닥터(LINE Doctor)도 각광이다. 이제 노년도 감성적 만족과 사회적 유대감,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조상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