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도 멈춘 450억 새만금 청소년센터...‘치유·힐링캠프’로 활용 필요

도·교육청 책임공방 속 국제교육원 전환도 교착, 지방선거까지 행정공백 장기화 우려 유지비만 연 3억 원…도의회 “플랜B도 없는 떠넘기기 행정” 비판 확산 복지계 및 전문가 “청소년·장애인 위한 치유·힐링 캠프로 전환해야” 제안

국비와 도비 450억 원이 투입된 부안 새만금 글로벌청소년센터가 여전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불이 꺼져있다.

당초 설립 취지였던 세계스카우트센터 조성은 사실상 무산됐고 대안으로 추진하던 교육당국의 국제교육원 전환 논의도 멈춰서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청소년복지 전문가들은 이 시설을 치유와 회복의 거점으로 전환하자는 제언을 하고 있다.

10일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부안군 하서면에 위치한 청소년센터는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종료 후 지난해 6월 준공됐지만, 여전히 유휴시설로 남아 있다.

전북자치도는 잼버리 유치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시설 운영을 맡기기로 했으나, 연맹이 매년 20억~30억 원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도 국정감사에서 “운영권을 넘겨주는 데다 매년 수십억 원의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건 과도하다고 판단해 대안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도는 이후 도교육청과 협력해 국제교육원 전환을 추진했지만, 이를 추진했던 서거석 교육감 낙마로 협의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새 교육감 선출 전까지 논의 재개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숙박동·강의동·체육시설을 갖춘 1만㎡ 규모의 건물은 활용 주체를 찾지 못한 채 관리비로만 매년 3억 4000만 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슬지 전북도의원은 이날 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예산만 쓰고 활용은 전무한 전형적 행정 낭비 사례”라며 “도와 교육청이 협치 대신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사회복지계가 새로운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지역에서 청소년과 장애인 복지에 수십년간 종사한 한 전문가는 “잼버리의 상처로 남은 공간을 청소년과 장애인, 사회복지사 등 심리적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힐링캠프로 전환하자”며 “이 테마를 접목해 복지·관광·교육이 결합된 전북형 사회혁신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개념의 대규모 복합시설은 해외에서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주의 버크셔 팜 청소년복지센터(Berkshire Farm Center and Services for Youth)는 약 800만㎡ 부지에 연간 3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주거형 청소년 치유시설로, 복지·교육·심리회복 프로그램을 통합 운영한다.

영국의 바렛스타운 캠프(Barretstown Camp) 역시 중증 질환을 겪는 아동과 가족을 위한 숙박형 치유시설로, 의료·상담·놀이치료를 결합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복지나 치료 중심의 단일 기능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 전북이 청소년센터를 ‘복지·교육·관광 융합형 치유캠프’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실현할 경우, 새만금은 잼버리의 실패를 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통합형 치유·회복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연구원 지역혁신정책실 관계자는 “단순 시설 재활용을 넘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상징적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잼버리의 실패를 넘어 새만금을 치유와 회복의 상징으로 전환시키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