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의사가 부족한 의료원만 빼면 너무 좋은 곳입니다.”
지난 10월 장수군보건의료원에 부임한 노승무 원장(76)은 특유의 미소 뒤에 깊은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한 번 스쳐 지나가 본 적도 없던 장수에 정착을 결심한 이유도 단순했다. “40년 지기 친구인 조백환 진안군의료원장의 권유, 그리고 아내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부임 직후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장수군 인구는 2만 명에 65세 이상 비중이 41%에 달하는 초고령 지역이다.
의료 접근성이 곧 생명권과 직결되는 곳이다.
“지금 공보의가 18명인데 내년 봄이면 8명이 전역합니다. 그중 6명이 의사입니다”
장수군 5개 보건지소는 전원 공석이 된다.
“전북도에 요청해도 줄 의사가 없습니다.”
현재 4명 교대체제인 응급실도 내년이면 2명 이하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응급 대응조차 불안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는 “대학병원 진단은 멀어 어쩔 수 없지만 관리·처치는 장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수군보건의료원을 첨단수술보다 만성질환 관리, 복합질환 통합 케어, 응급 초기대응 및 전원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또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노 원장의 해법은 인공지능(AI)이다.
장수에서 가장 흔히 발병한 질환 100개를 증상 입력 → 초기진단 → 안전한 처방 추천까지 자동화한 기본진료지원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젊은 의사들이 ‘누르고 확인’만으로 진료하도록 돕는 겁니다”
X-ray AI 판독기, CDSS 연동도 검토 중이다. 예산은 2000여만 원이면 1단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승무 원장은 “보건의료원은 장수의 마지막 생명선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생존전략입니다” 이를 위해선 “취약지 의사 가산제, 전문의 순환근무제, 응급 골든타임 보장체계 등 중앙정부·전북도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장수군은 농촌이 가장 먼저 맞이할 미래를 보여주는 시험장이다.
지방소멸과 의료 사막화, 그 최전선에서 노승무 원장의 도전이 ‘생명권 사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승무 원장의 학력 및 주요 경력
-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 전북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교수 (2001~2014)
-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장 (2002~2004)
- 충남대학교 보건대학원장 (2002~2004)
- 충남대학교 암공동연구소 소장 (2002~2004)
- 충남대학교 외과과장 (2005~2006)
-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장 역임 (2016~2017)
- 세종시복지재단 대표이사 (2018~2020)
장수=이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