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의 一口一言]불붙은 도지사 선거

권 혁 남(전북대 명예교수)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가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애초 이번 선거는 김관영 대 안호영 양자 대결로 펼쳐져 조금은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원택 의원이 출마하면서 선거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2022년 민주당 경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올라가 김관영 후보에게 패배했던 안호영 의원은 이번 전주·완주 통합을 두고서 정치적 악수를 두고 말았다. 도지사를 노리는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1/3을 차지하는 전주 시민이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대다수 도민이 바라는 통합을 앞장서서 반대하였으니 말이다. 안호영 의원에 대해 전주 시민들은 심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에 안호영 의원이 이번에 전주·완주 통합을 성사시켰다면 도지사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을 것이다. 설사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안의원은 통합시에 새로 신설되는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에 무난히 당선될 것이다. 안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닫아버렸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원택 의원이 이 틈을 파고들어 김 지사의 대항마로 나섰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가 각 50%씩 반영된다. 1차 경선에서는 현직인 김관영 지사가 이원택, 안호영 후보보다는 앞설 것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두 명이 결선 투표를 벌인다. 결선 투표는 아마도 김관영 대 이원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관영과 이원택.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성격이나 경력이 매우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화려한 김관영과 성실한 이원택이다. 김관영 지사는 1969년생으로 고시 3관왕, 재경부 사무관, 김앤장 변호사, 재선의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사무총장,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등 그야말로 개인으로는 물론이고 정치인으로도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남들은 재수 삼수해도 어렵다는 도백 자리를 첫 도전에 성공시켰다. 이원택 의원은 1970년생이며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주시 의원, 전주시장 비서실장, 청와대 행정관, 전북 부지사를 거쳐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였다. 김관영 지사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직스럽게 성실하며 정치계 바닥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행정과 정치 현장 경험을 착실히 쌓으면서 성장한 정치인이다.

김관영 지사는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머리와 완벽주의 성격, 여기에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과 기업 유치, 대형 사업 추진 실적도 이뤄냈다. 그러나 도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업적이 없고, 전북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하위권이며 청년층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소속 정당을 몇 차례 바꾸는 바람에 민주당 뿌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이원택 의원은 성실하고 겸손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지역 밀착형 정치를 펼쳐왔기 때문에 민주당 조직이 강하다는 평가이다. 또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의 긴밀한 관계 역시 강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언론 노출도가 낮고, 인상적인 활동이나 주목할만한 정책 브랜드가 없는 점이 약점이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나가고, 사람은 뒷문으로 나가는 법. 오랜 세월 전북은 가난과 변방의 그늘 속에 갇혔다. 도민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다. 다음 도지사는 김대중의 미래 설계 능력과 이재명의 과감함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무기력을 활력으로, 변방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돈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