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민선 8기 마지막 해를 맞아 내년도 예산안을 1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편성했다.
총예산은 10조 9770억 원으로, 올해보다 2.3%(2492억 원) 늘었다. 외형상 확장 예산처럼 보이지만, 세입 감소와 경기 둔화 속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핵심 분야에 재원을 모은 ‘선택과 집중형 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 세입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예산 외형을 늘리면서,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북 재정은 전국에서도 경기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도세의 절반가량이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로, 주택 거래가 줄면 세입이 곧바로 감소한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도내 주택 매매 거래량은 1900여 건으로 전월보다 11.1% 줄었고, 전월세 거래량도 3472건으로 17.2% 감소했다. 이에 따라 도는 내년도 세입을 등록 주택 수와 인허가 실적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이처럼 세입 여건이 악화된 만큼, 내년 재정운용의 초점은 효율화다.
도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효율성이 낮은 사업 65건을 폐지하고 400여 건의 사업을 축소했다. 대신 민생·산업·기반 등 3대 축에 재원을 집중 배분했다. 소상공인 든든보험과 희망채움통장 신설, 반값 임대주택 ‘반할주택’ 300호 공급, 다자녀 가구 차량 지원 등 생활밀착형 사업이 대표적이다.
산업과 기반 투자도 ‘선택적 유지’ 기조로 재편됐다.
도는 새만금 수전해 실증, 이차전지 고도분석센터, 피지컬AI 펀드 조성 등 미래산업 핵심 사업은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추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AI 대전환과 민생복지, 균형발전을 내세운 정부 예산 기조에 맞춰 방향을 함께하되, 국비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앙정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같은 도의 효율화 조치에도 재정 여건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세입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좀처럼 안정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가 지방채 발행을 줄이고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복지·산업·기반 분야의 지출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재정 압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도가 내세운 ‘선택과 집중’이 단기 균형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재정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도는 내년 지방채 발행 규모를 500억 원으로 줄였다. 올해(2000억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채무비율은 8.38%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상환에 차질이 없도록 재정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 세대의 부담을 후세에 미루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김관영 지사는 “이번 예산은 민선 8기 3년의 성과를 마무리하면서 전북의 다음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재정의 건전성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잡는 균형형 예산으로 도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