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유일한 정책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11일 전주시를 찾았다. 인권 특강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특강을 통해 인권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사법 개혁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문 전 재판관은 이 자리에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잘못된 판결이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 전 재판관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행정수도 이전에 동의해 법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됐다. 이는 관습(수도=서울)이 폐지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수도 이전이 실행됐다면 세종도 살고, 서울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정치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논리니까 자꾸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며 “혁신도시를 조성했기 때문에 그나마 나라가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재판관은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사실상 4심·5심 제도화로 재판 지연 심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 적체·지연 해소를 위해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면서 법원의 심급을 연장하는 것은 ‘모순적 개혁’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인 만큼 법률 해석에 대해선 대법원 결정을, 위헌 판단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사법 개혁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재판관은 일명 구하라법과 같은 유류분 제도 관련 헌법소원 사례를 들며 “헌법은 주권자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만 헌법재판관은 헌법의 대표”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다수의 잘못된 결정(입법)을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도 한편으론 정치를 통해 주권자의 뜻을 관철하고, 한편으론 헌법재판소를 통해 주권자의 뜻을 실천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