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바탕으로 통일과 민주화‧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조용술 목사의 뜻과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를 거둬내고 평화로운 공존공영의 세상을 이루기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통일선구자 조용술목사 기념사업회가 지난 15일 서울복음교회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조용술목사 기념사업회는 복음교회와 기독교 관련 인사‧통일운동 및 남북평화운동 관계자‧군산과 전북 지역 유지 등 20명 규모로 구성됐으며, 지난 9월 발기인대회를 통해 행정적인 설립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기념사업회의 초대 이사장은 조 목사와 함께 범민련 활동을 했던 이해학 목사가 맡았다.
이에 앞선 지난해 9월에는 조 목사가 평생을 몸 담았던 군산복음교회에서 ‘제1회 통일선구자 조용술 목사 새김마당’이 진행, 조 목사의 삶과 꿈을 기리는 의미 있는 첫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후 전진택 군산복음교회 담임목사(기념회 이사)와 조준호 선생(조 목사의 차남), 채규구 오송회 사건 민주화운동가 등이 중심이 되어 조용술 목사를 기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해왔고, 오늘날 기념회 창립이라는 뜻 깊은 결실을 맺게 됐다.
이날 창립대회는 ‘철조망에 핀 꽃’ 동영상 상영과 중창단 축하노래를 비롯해 전진택 이사의 경과보고, 김종생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와 윤창섭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등 축사, 이해학 이사장의 인사말 순으로 이뤄졌다.
창립대회 이전에는 남양주시 모란공원 조용술 목사 묘역에서 추모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창립대회를 통해) 일평생을 평화통일과 조국의 화해 협력을 모색해온 조용술 목사를 호명한 일은 새 정부의 평화 제스처와 맞물려 민간 차원의 평화 협력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첫 번째 민간 실천 영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념으로 갈라진 이후 하나가 되지 못한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극복하고, 갈라진 남과 북의 민(民)이 동족으로서 자유롭게 교류하는 그날을 만들어 가기 위해 민족의 하나됨을 꿈꿨던 통일선구자들의 발자취를 한 발짝씩 따라가자고 의지를 다졌다.
전진택 군산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남북의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 이번 기념회 창립을 계기로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만나 서로의 지혜를 구하며 가장 좋은 길을 모색하는 대화의 마당을 꾸준히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학 이사장은 “조용술 목사는 분단에서 통일로 그리고 억압에서 해방으로 걸어가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희생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평화통일의 선구자”라며 “기념 사업회를 통해 조용술 목사의 업적을 기릴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진정 평화와 협력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1920년 전북 익산군 함라면에서 태어난 조 목사는 한국신학대를 졸업하고 군산과 익산 등지에서 복음교단 목회자로 헌신했다.
조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 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초대 인권위원회 위원장, 범민족대회 공동본부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상임고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고문 등을 지내며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특히 그는 1990년 베를린범민족연합남북회의 실무회담 남측대표로 참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1993년 사면복권되기도 했다.
당시 조 목사는 재판 과정에서도 오히려 통일운동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단있게 설명해 재판장의 분위기를 휘어잡고 방청객을 감동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목사는 2004년 11월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군산=이환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