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발전의 호기를 맞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재명 정부 들어 전북 출신 인사들이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거 포진하고 민주당 내 위상이 강화되면서 도민 기대감이 컸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건 쾌속 질주해야 할 전북의 주요 현안들이 제동 걸리고 패싱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런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무분별한 지방공항 건설은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이라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언급에도 전북 국회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남 무안공항이 있는데 새만금신공항은 왜 만드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을 때도 반박하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었다.
항공서비스가 있느냐 여부는 지역발전과 도민 교통향유권의 중요한 요소다. 도민이익과 지역발전에 앞장 서겠다고 다짐한 국회의원 아닌가. 왜 침묵하는가.
2036하계올림픽은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다. 전북이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것은 역대급 성과였다. 최종 후보지 결정 때까지는 보완할 건 보완하고 인적 네트워킹과 도민역량을 강화하면서 유치활동을 역동적으로 펴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월23일 기관단체장과 도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2036 하계올림픽 범도민유치추진위 출범식’에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민 응집력의 공간에 초청된 국회의원이 보이지 않으니 ‘전북 국회의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비판이 이는 건 당연하다.
완주-전주통합 6자 간담회가 열린 건 9월25일이다. 주민투표 여부를 놓고 답보상태가 계속되자 김관영지사, 안호영 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등 6명이 “찬성이든 반대든 수용하겠다”며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투표일을 위임했다. 두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전북 현안이 패싱 당하고 있는 데도 똑부러지게 비판하는 국회의원 한명 없다.
이른바 전북 3대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 행태와 조정 역량은 매우 실망스럽다. 향후 굵직한 현안 결정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전북과 남원의 숙원인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놓고는 남원과 충남 아산이 경쟁하고 있다. 아산은 강훈식 이재명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3선 지역구다. 충남도지사 출마설도 있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 몫’이라고 교육부가 확약한 것이 2018년의 일이다. 이달중 발표하겠다던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는 무슨 영문인지 내년으로 넘겨졌고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도 7년째 공중에 떠 있다. 이것이 전북의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국회의원의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전북이 민주당 일당 독식의 경쟁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국회의원 두세명만 다른 정당이 차지하고 있어도 이렇듯 안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 리더다. 주민 관심사안, 지역발전과 도민이익이 침해 받고 불이익이 닥칠 때에는 악악거려야 마땅하다. 경우에 따라선 끌로 파고 정으로 쪼아야 지역이 무시받지 않는다. 국회의원 자신의 유불리를 연동시켜 선택적 행태를 보인다면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 들어 ‘패싱 당하는 전북’, 소리 나지 않는 ‘용각산 국회의원’이 전북을 상징하는 오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