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살림에 미래자산까지 소진…전북 지자체의 위험한 재정 운용

정부는 행사성·일회성 예산 축소 요구했지만 전북은 전국서 가장 적극적 현금성 지원 재정안정화기금 상한 80~95%로 사실상 ‘연내 대부분 사용’… 전북 지자체 규율 기능 약화 민간보조금 45% 증가·공유재산 관리 누락 3297건… 기금·자산까지 깎아 쓰는 구조 고착

전북 지자체들이 세수 감소와 재정 압박 속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공유재산 같은 지역의 ‘미래자산’까지 끌어다 쓰는 행정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일회성·현금성 지출을 줄이라고 권고하는 상황에서도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우는 역행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재정안정화계정 사용 상한 기준 조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세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상 재정수단인 재정안정화계정을 조기 소진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 임기 내 재정 여력을 최대한 사용하려는 경향까지 겹치면서 일회성 지원사업 확대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다수 지자체가 기금 사용 상한을 과도하게 높여 사실상 규율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북은 이 같은 취약성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으로 꼽힌다. 전북특별자치도 본청의 경우 재정안정화기금 사용 상한을 전년도 적립금의 90%까지 허용해 전국에서도 가장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전주시·고창군·부안군 등 도내 시·군 역시 80~95% 상한을 두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60% 내외에서 상한을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연내 대부분 사용 가능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는 실제 재정운용에 그대로 나타났다. 도내 시·군은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현금성 민생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을 경쟁적으로 집행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현금성 지출을 이어갔다. 

올해만 해도 정읍, 남원, 김제, 완주, 진안, 고창, 부안 등 7개 시·군이 자체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상당수는 재정자립도 25% 이하의 열악한 지자체다. 대부분 기업 유치나 긴급 현안에 대비해 모아두는 재정안정화기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 구조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의 민간보조금은 2020년 2210억 원에서 올해 3161억 원으로 45% 늘었으며, 특히 민간행사 보조는 270%, 자본성 보조는 170% 증가했다. 성과평가에서 ‘미흡·매우 미흡’ 판정을 받은 99개 사업 중 실제 폐지 사업은 50개에 그치는 등 구조조정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교부세 산정에서는 2024년 61억 원, 2025년 143억 원의 패널티를 받았다.

미래자산 관리도 허술하다. 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공유재산 관리 실태 감사’에서는 도내 14개 시·군 모두에서 대장 누락 3297건, 장부가격 오류 1200억 원대 등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공유재산 전담 조직이 없어 체계적 관리가 어렵고, 전국적으로도 지자체 재산의 수의계약 매각 비율이 96.6%에 달하는 만큼 전북 역시 매각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재정구조가 세수 감소에서 현금성 지출 확대, 기금·공유재산 소진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순환 고리에 들어섰다고 우려한다. 

신희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 충격에 대비한 최후의 안전장치인데 일부 지자체가 이를 사실상 ‘단기 예비비’처럼 쓰고 있다”며 “전북처럼 상한 규정이 느슨한 지역일수록 기금 조기 소진과 미래자산 매각 위험이 커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