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나를 일으켜 준 새벽 드로잉⋯김경주 작가의 ‘언폴드’

이혼, 경력 단절 등 무너진 일상 속 작가를 지탱한 1000여 점 그림 수록 단순한 에세이 아닌, ‘무너짐-회복-성장-확장’ 여정으로 엮은 치유의 기록

언폴드 Unfold: 무너진 나를 일으켜 준 새벽 드로잉 표지/사진=알라딘

“평범하면서도 비범하게, 지루하면서도 신바람 나게,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그렇게 그리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이 만든 길을 걷다 이탈하면 모든 걸 잃은 기분이 들지만, 나만의 길을 만들다 모르겠으면 잠시 멈추거나 다른 길을 그리면 된다. 중요한 건 지웠던 흔적도, 삐뚤삐뚤한 선도 모두 내 길이라는 것, 그리고 연필을 쥔 사람 역시 언제나 나라는 사실이다.”(책 ‘언폴드’ 중 발췌)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경주 작가가 신간 에세이 <언폴드 Unfold: 무너진 나를 일으켜 준 새벽 드로잉>(후즈갓마이테일)을 펴냈다. 지난 3년간 매일 같은 시간, 새벽 다섯 시에 자신과 마주하며 그려온 1000여 점의 드로잉 중 544점을 엄선해 글과 함께 묶은 고밀도 감성 아트북이다.

책 제목 ‘언폴드(Unfold)’가 뜻하듯, 저자는 구겨지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펼쳐지는 과정을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비유해 차분히 기록한다. 인생의 가장 추웠던 ‘겨울’이자 상실과 좌절의 시기였던 12월에서 출발해, 타인의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는 ‘봄’, 새로운 균형을 찾는 ‘여름’,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는 ‘가을’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무너짐–회복–성장–확장’의 서사가 완성된다.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저자는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매일의 그림과 짧은 문장은 감정의 파동을 다스리는 도구가 되고, 삶을 다시 일으키는 단단한 힘으로 쌓인다. 독자는 그 꾸준함 속에서 ‘성실함이 결국 자신을 구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새벽 드로잉을 시작한 계기는 6년 전 인생을 뒤흔든 사건에서 비롯됐다. 김 작가는 “교과서처럼 반듯하던 제 삶은 이혼이라는 파도를 만나 순식간에 뒤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일상을 ‘사는 것’과 ‘살아내는 것’의 차이를 절감하던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빨간 봉투를 건네준 장면이 강렬하게 남으며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저자는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매일 새벽을 깨우고,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내려놓으며 스스로를 치유해 왔다.

<언폴드>는 단순한 드로잉북이나 에세이를 넘어, 한 사람이 혼란과 상실 속에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섬세한 기록이자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에 관한 진정성 있는 안내서로 자리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전한다.

저자는 경영학부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마이모리’라는 브랜드를 운영했고, 현재는 브랜딩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단순한 선과 단어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 왔던 꿈을 조금씩 펼쳐 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