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저출산과 청년 순유출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 감소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반할주택·결혼비용 지원·패밀리카 지급 등 여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생애주기별 맞춤형 대책의 범위만 넓어졌을뿐 사업 규모는 수십억 원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인데, 14개 시군 중 11곳이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된 전북의 현실을 감안할때 여전히 ‘약한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책 방향은 다각화했지만 인구 구조를 실제로 바꿀 만큼의 효과를 보려면 대규모 재정 투입과 시군 단위 연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20일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도는 2026년 본예산안에 △반할주택 300호(35억 원) △스드메 결혼비용 100만 원(600쌍) △3자녀 이상 가구 패밀리카 500만 원(500가구) △청년 소상공인·농업인 출산급여(최대 90만 원) △외국인 자녀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필요경비 3920억 원 확대 등 인구정책 신설·확대 항목을 담았다. 주거·결혼·출산·보육까지 생애주기 전 단계를 아우르는 구조로 재편한 것이다.
이 사업들은 그동안 출산장려금에 편중됐던 전북형 인구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거 기반을 먼저 확보하고 혼인·출산·양육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삶의 조건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도 관계자도 “인구정책을 더 이상 단일 사업이 아닌 종합 전략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실효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반할주택 300호는 도내 대학 신입생 규모보다 수가 턱없이 적고, 결혼비용·패밀리카 지원도 각각 600쌍·500가구로 제한돼 파급력이 매우 한정적이다.
출산급여 역시 1인당 최대 90만 원으로, 인천광역시의 ‘1.0대출(가구당 최대 1500만 원)’이나 전라남도의 ‘출생기본수당(0~18세 매월 20만 원, 총 4320만 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실제 타 광역단체와의 간극은 크다. 인천은 천원주택을 내년까지 2000호로 확대하고, 1.0대출·i-바다패스 등 연 1000억 원대 대규모 패키지를 가동해 올해 출생아 수 11.9% 증가라는 변화를 이끌었다.
전남은 출생기본수당·난임 무제한 지원·공공산후조리원 등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수천억 원대 투자로 합계출산율 1.04명을 유지하며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구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광역시 역시 청년월세, 주거보증금 이자 지원, 구직활동수당 등 청년정책 예산을 매년 수십 억 원 넘게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반면 전북의 신규 인구대책은 전체 규모가 100억 원을 넘지 못한다. 자연감소율과 청년 순유출이 모두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대응 재정은 여전히 ‘시범사업’ 단계에 머무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전북은 연간 청년 6000~8000명 순유출, 합계출산율 0.7명대, 14개 시군 중 11곳 소멸위기라는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북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북은 위기 강도에 비해 대응 재정이 지나치게 작은 편”이라며 “사실 세입 감소와 재정난은 모든 지자체가 겪고 있는 공통된 상황이지만, 여러 지역은 미래세대 양성을 위해 없는 살림을 쪼개서까지 출산율 제고와 청년 이탈 방지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 최소 수백억~1000억 원대의 패키지로 정책 규모를 키우고, 도와 시군이 공동 재원을 조성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인구 흐름을 실질적으로 뒤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