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보합의 덫’…미분양 적체 속 체감침체 깊어지는 전북주택시장

올해 들어 약한 반등과 하락 오가는 얇은 회복선 유지 미분양 급증 시장회복 제동...수요회복 없이 공급만 증가

클립아트코리아.

전북 주택시장이 연중 내내 0%대의 미세한 등락만 반복하며 ‘약보합-정체’ 국면에 갇혀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수요회복 없이 공급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지역 실수요자에 맞춘 금융·세제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월간 가격지수(1~10월)와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를 종합하면, 전북은 몇 차례 소폭 반등이 있었지만 시장 체감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채 미분양 적체와 인구 감소가 겹친 이중 부담 속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와 분양이 회복됐다는 전국 흐름과 달리, 전북은 “수요 없이 공급만 누적되는 구조”가 더 확실해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올해 전북 집값의 흐름은 ‘좁은 폭의 등락’으로 요약된다. 매매가격지수는 연중 대부분 0.0~0.15% 사이에서 움직였고, 상승한 달도 0.1% 안팎에 머물렀다. 8월 0.07% 상승, 10월 0.15% 상승처럼 반등 시그널이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실질적인 회복이라 보기 어렵다”고 본다. 전세가격 역시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월세는 전국적으로 상승했지만 전북은 전주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변화가 미미했다.

이처럼 체감침체를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은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은 전월 대비 0.2% 증가한 반면, 지방은 여전히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전북은 2024년 말부터 늘어난 미분양이 2025년 들어서도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되는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면서 ‘건설사는 팔리지 않고, 실수요자는 사지 않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

전북의 약보합 흐름은 인구·경제 구조와도 직결된다. 도내 14개 시군 중 11곳이 소멸위기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인구 감소세가 가팔라 신축 아파트 수요가 얇다. 청년층 유출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 실수요 기반 자체가 약하다. 지역경제 역시 고용 변동성이 크고 소득 증가율이 낮아 주택 구매력이 탄탄하지 않다. 전국적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가 수도권에서는 투기 억제 효과를 낳지만, 지방에서는 내집 마련 문턱을 더 높이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전북의 시장 전망을 둘러싼 진단은 엇갈리지만, 단기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대체적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2025년 하반기 들어 수도권은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회복세로 진입했지만, 전북은 수요 기반이 약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주 덕진·완산, 완주 삼봉 등 정주여건이 개선된 지역을 중심으로는 중소규모 단지에서 제한적 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리 인하 신호가 구체화되고, 전세시장이 조금씩 안정되는 점도 거래량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도내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전북 주택시장 정상화의 관건은 미분양 해소·수요 회복·금융 여건 개선이라는 세 고리가 동시에 맞물리는 시점이 언제 오느냐에 달렸다”며 “집값은 움직이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지금의 ‘약보합 고착’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선 공급 조절과 지역 실수요자에 맞춘 금융·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