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급속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의 단절을 해소하고,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기반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전체의 25%를 넘어선 현실에서, 고혈압·당뇨·치매 등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이 증가하면서 단일 서비스만으로는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복지·생활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돌봄 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 다가온다.
2023년 기준 45세 이상 성인의 복합질환 유병률은 약 35.6%, 65세 이상에서는 54.9~66.7%로 절반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85세 이상에서는 80% 이상이 복합질환자로 보고된다. 이러한 복합질환의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의료비 증가, 병원 이용률 상승, 사망률 증가 등 사회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는 단순히 치료 중심의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생활 전반을 고려한 통합 돌봄의 필요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이 가운데 간호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간호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이다. 투약과 처치뿐 아니라 영양·운동 지도, 복약 상담, 정신적 지지, 가족 교육, 지역자원 연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통합 돌봄을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방문간호와 케어 코디네이터 제도가 강화될 경우, 의료와 돌봄을 잇는 핵심 연결자(hub)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돌봄 제공을 넘어, 환자 중심의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2012년부터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시행하며, 의료·간호·복지·주거·예방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 노인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돌봄을 지향하고 있다. 이 안에서 간호사는 다직종 협력의 중심에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며, 지역 돌봄의 질을 조정하는 조정자(coordinator)로 인정받는다. 즉 간호사는 단순한 의료인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 돌봄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주체로 활동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간호사의 역할이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 돌봄통합지원법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지역사회 기반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복합질환 노인과 장애인의 다양한 요구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통합 돌봄 전문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간호사는 의료와 복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선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현장에서 돌봄의 질을 높이는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성공은 설계가 아닌 실행에 달려 있다. 현장의 간호사가 전문성과 통합적 시선을 바탕으로 돌봄을 수행할 때 비로소 제도의 의미가 살아난다. 돌봄의 질은 결국 간호의 품질에서 비롯된다. 간호사가 돌봄의 중심 축으로 자리 잡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이며, 법 시행 이후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구현되어야 할 핵심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