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비켜가는 국가사업?…새만금만 내세운 전략 실패

에너지공대·한전·AI데이터센터·스마트그리드…굵직한 국책사업 대부분 광주·전남에 밀린 전북 인프라·대학·기업 생태계 열세에 더해 ‘정치권 존재감’도 희박…전략 빈약이 반복된 패배의 배경 공모사업 의존·새만금 만능주의의 한계…산업 정책 재설계와 정치력 재정비 요구 확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전북이 16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온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전의 승자는 결국 전남이었다. 새만금의 백지부지와 완비된 기반 인프라, 1단계 연구 생태계까지 내세웠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사업 선정은 단순한 공모 탈락을 넘어 그동안 전북이 각종 대형 국가사업 경쟁에서 한계를 보이며 잇딴 고배를 마셔온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다. 특히 공모 과정 전반에서 전북의 전략·정치력·정책 대응 속도가 경쟁 지역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I컴퓨팅센터를 전남 해남에 내준 직후 곧바로 ‘국가 NPU 컴퓨팅센터’라는 후속 전략을 꺼낸 광주 사례처럼, 전북 역시 산업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5일 전북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이번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전에서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가 직접 발표평가에 나서고 대응 TF를 가동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으나, 핵심 평가 항목인 ‘입지 조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새만금이 유일하게 부지 소유권 이전 요건을 충족한 지역이었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이의신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체 흐름을 보면 승부는 이미 전북·전남의 ‘호남권 이파전’으로 압축된 초기 국면부터 기울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 경주는 광역 차원의 지원 없이 경주시 단독 참여로 경쟁에서 멀어졌고 두 호남 광역단체의 전략과 정치력 격차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호남권에서 경쟁이 붙은 대형 국책사업은 대부분 광주·전남의 몫이었다.

한국에너지공대 설립과 에너지밸리 조성, AI 데이터센터, 스마트그리드 실증 등 핵심 사업이 광주·전남 중심으로 쏠린 데는 산업·대학·기업 생태계가 해당 지역에 촘촘히 형성된 구조적 요인이 크다. 

반면 전북은 새만금에 전략을 집중하는 ‘단일 축’ 구도가 고착되면서 광역 단위 연계 전략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정치권의 영향력과 정책 네트워크 역시 전북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중앙정부·국회·전문기관과 연결되는 전략 라인이 부족해 산업 비전의 설득력과 공모 대응 모두에서 힘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래산업 유치전이 단순 발표 경쟁이 아니라 정부 기조와 정책 생태계가 결합된 종합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약점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공모 과정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절차적 의문보다 전북이 정부의 정책 흐름과 평가 기류를 사전에 읽어내지 못한 점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공고문 기준과 실제 결정 사이 간극이 있었음에도 이를 조기에 파악하거나 보완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대응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도의 이의신청은 절차상 가능하지만, 공모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이번 실패를 어떤 방식으로 수습하고 다음 전략으로 전환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광주는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하자마자 즉시 ‘국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 구상을 내놓고 중앙정부와 국회라인을 동시에 가동했다. 

정부의 AI 인프라 정책축이 GPU 기반 학습에서 국산 NPU 중심의 추론 인프라로 이동할 조짐을 일찍 포착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도 관계자는 “이의신청은 절차대로 진행하되, 산업 전략을 새만금 단일 축에서 도 전역으로 넓히고 중앙 정책 라인과의 협력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