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북일보 공동 기획] 기부가 만든 주거 회복의 기적…위기 가정 두 곳의 변화

사랑의열매, 세대와 방식을 잇다 (하) 순창 화재피해 가구, 전북소방과 재건 사업 군산 쓰레기집, 기부 통해 사랑의 공부방으로

 

 

“쓰레기집에서 공부방으로” 기부로 만든 위기 아동가정의 변화

사랑의 공부방 사업 진행 이전(위)과 이후(아래) 모습/ 전북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북 사랑의열매)는 한화에너지(주)군산공장의 기부금 300만 원을 바탕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여 있던 아동 가정에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전북 사랑의열매의 기부금 배분을 받은 군산종합사회복지관이 처음 방문한 강모(9) 군의 가정은 좁은 공간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바퀴벌레가 집 안팎을 오가는 등 위생상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아버지는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에 의존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고. 어머니 역시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보호자가 양육과 돌봄을 제대로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 군의 아버지가 군산종합사회복지관에 보낸 편지 /전북 사랑의 열매

이러한 상황 속 강 군은 복지관 직원들에게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했다. 이에 전북 사랑의열매와 군산종합사회복지관은 단순 지원을 넘어 아이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결정했다.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사업은 도배와 장판 시공, 책상·의자·조명·침구류·수납장 등 학습에 필요한 가구 일체를 새로 갖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이 진행된 후 강 군은 매일 세안과 샤워를 하는 등 기본 위생 습관을 들였고, 집에 오면 자연스레 부모님과 함께 숙제를 하는 학습 습관도 자리 잡았다. 이전과 달리 표정이 밝아지고 본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서적 변화도 일어났다.

강 군의 부모님은 “아이에게 따로 방이 없었던 점이 가장 큰 문제였고, 위생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있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이제 아이에게 처음으로 방을 마련해 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집 안 공기와 환경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그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안심된다고 했다.

또한 자신만의 공부방이 생긴 후 강 군은 “유튜버가 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분명한 꿈을 말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며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새로 마련된 공부방을 잘 지키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업을 진행한 군산종합사회복지관은 이번 사례를 ‘아동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현장에서 만나는 아동들은 공부 이전에 쉴 곳, 잠잘 곳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활 기준이 생긴 것이 사업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느꼈던 점은, 공간만 바꿔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공부방이 마련된 이후에도 아이가 그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서지원·학습 멘토링·가족 기능 회복이 함께 이어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가 함께한 화재 피해 지적장애인 가구의 새 보금자리 마련

전북 사랑의열매와 전북소방본부가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지적장애인 5인 가족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주거 재건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돌봄과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가족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모든 생활 기반을 잃은 가운데, 지역사회의 기부와 공공기관의 연계가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 4일 순창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집은 순식간에 전소됐고, 내부 물품 역시 모두 불에 소실됐다. 다행히 가족 모두가 인근 복지관에 외출한 상태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화재 당시 충격을 직접 목격한 가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어머니는 심리적 후유증으로 식사를 잘하지 못해 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금도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고모는 “빨리 집이 완성돼야 조카들이 다시 일상의 리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매일 참여하는 아이들이 외진 임시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화재 조사를 진행하던 전북소방본부는 현장에서 가족들의 후견인으로 돌봄을 맡아온 고모를 통해 이들의 생활 여건을 확인하게 됐다.

문춘호 전북소방본부 소방경은 “가족 모두 지적장애가 있음에도 서로 의지하며 밝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고 꼭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다행히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운영되는 ‘119행복하우스’ 사업이 있었고, 해당 가구는 심의 끝에 만장일치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족은 임시 주거지에서 지내며 새로운 집이 완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순창군과 전북소방본부, 전북 사랑의열매가 함께 마련한 예산을 통해 24평 규모의 주택 신축이 진행되고 있다.

고모는 “불이 난 뒤 조카들과 한동안 집도 없는 상태였다”며 “사랑의열매와 소방본부, 순창군, 순창군의회, 사회복지직 공무원 등 지역사회에서 도와줘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북소방본부는 화재 피해자에게 가장 시급한 지원으로 ‘임시거처와 긴급 생활비 마련’을 꼽았다. 집이 부분적으로 타더라도 연기와 물 손상으로 거주가 어려워, 반드시 임시 보금자리를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소방본부는 전소 시 신축을 지원하는 ‘119행복하우스’, 부분 수리를 돕는 ‘119안심하우스’, 숙박비·생활비 지원 등을 통해 피해 주민을 돕고 있다.

문 소방경은 “화재 피해 주민 지원 사업을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도나 국가 차원에서 별도 예산이 투입된다면 더욱 많은 화재 피해 주민을 안정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의 새로운 집은 내년 1월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가족들은 “안전한 집에서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끝>

“17년을 이어온 남매의 기부, 아이들의 작은 손길로 확산된 나눔,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일으킨 회복의 기적까지"

이번 공동기획은 ‘나눔은 한 사람의 선의에서 시작해, 지역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전북일보와 전북 사랑의 열매는 앞으로도 전북 곳곳의 따뜻한 변화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이웃에게 전해 나가겠습니다.

김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