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초록시민강좌, 제8강] 정희진 박사 “치유와 소통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

정희진 박사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왜 불가능한가를 살펴보며 소통과 연결, 만남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입니다.”

한국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여성‧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박사는 강의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북일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2025 초록시민강좌-자연이 내게로 왔다’의 마지막 강의가 지난 4일 오후 7시께 전주중부비전센터 2층 글로리아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정 박사는 “사실 대화는 간단한 의사소통부터 자기 의견을 나누는 것까지 모두 어려운 일”이라며 “소통이 불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몸의 개별성, 즉 몸의 단절성과 인간의 고유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번째 이유는 성별‧연령‧장애‧지역‧성 정체성 등 개인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그에 따른 차이가 세계관과 경험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세 번째 이유는 모든 인간관계에는 사소하든 사소하지 않든 권력‧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며, 네 번째 이유는 사회적 약속인 언어가 계속 변화하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박사는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며 “자녀와의 관계, 역사적 시각, 정치적 입장 등이 다를 때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다른 상태에서 공존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도의 긴장 상태를 견디는 것이 평화”라면서 “평화는 걱정 없는 세상의 평화가 아니기에, 협상의 전제는 일단 그분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박사는 치유의 어려움과 소통하려는 노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고려하면 본래 소통과 치유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치유라는 것은 재해석이지 그것이 없었던 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소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사고를 해야 평화가 오고 실마리가 풀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단독자라는 이야기”라며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벽이 있고, 방어 기제가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