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감이 익어간다-최만산

산사 가는 길

바람의 속삭임으로

감이 익어간다

가슴 속에

불의 중심을 지녔던 사람들

시간에 기대어

너랑나랑도 함께 익어간다

익는다는 것은

몸을 태우는 일이다

불꽃을 피우는 일이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빛이 빚어낸 길

즈믄 밤 등블 하나

걸어 놓는 일이다

 

△ “감이 익어간다‘ 가을 중심부에서 가을을 보내는 일은 “바람의 속삭임으로” 이별한다. 마치 “즈믄 밤 등불”처럼 내 “몸을 태우는” 슬픔을 등에 짊어지고 가을의 뒷모습이 멀찌감치 가고 있다. 시간이 나의 삶에 기대어 감이 익어가듯 붉어지면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별의 슬픔이 늦가을을 온통 스산한 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가 두고 떠나야 것들이 정겨울 때도 감이 익어간다. “너랑나랑도 함께 익어”가는 감은 외롭지 않겠다. 이별을 연습하기 위해 가을이 간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