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체육 종목단체 탐방] (17) 전북자치도역도연맹

전북출신 ‘작은거인’ 전병관부터 장미란·박혜정까지 올림픽 금메달 김태건 회장 “학교·체육회·클럽과 연계 강화, 역도 대중화 힘쓰겠다”

전국체육대회에서 역도 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역도는 ‘신체 능력의 정점’을 상징하는 종목이다.

단순히 무게를 올리는 행위로 보이지만, 역도는 속도·균형·유연성·전신 협응을 정교하게 결합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 스포츠다.

스포츠로서 역도의 가치는 힘의 크기를 넘어 인간이 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특별한 종목이다.

역도는 크게 스내치(Snatch·인상)와 클린앤저크(Clean&Jerk·용상) 두 동작으로 구성된다.

스내치(인상)는 바벨을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한 번에 들어 올리는 동작이며, 클린앤저크(용상)는 바벨을 어깨까지 ‘클린’으로 끌어올린 뒤 다시 머리 위로 ‘저크’해 완성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두 동작 모두 1초 남짓한 순간에 폭발적인 힘과 정밀한 궤적 조절이 동시에 요구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체중의 두 배, 세 배에 달하는 중량을 들어 올리기 때문에 기술이 조금만 어긋나도 기록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처럼 역도는 ‘힘 50%, 기술 50%’라는 말이 통할만큼 섬세한 종목이다.

역도는 또한 전략 스포츠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회에서는 세 번의 시기에서 어떤 중량을 선택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선수와 코치는 상대의 기록을 확인하며 중량을 ‘심리전’처럼 조정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도전해야 한다.

중량 선택 실패로 기회를 날릴 수도 있고, 과감한 선택으로 역전을 노릴 수도 있다.

단순한 힘 겨루기가 아니라 경기 운영 전략이 강하게 작용하는 점에서 역도는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스포츠다.

역도가 국제 스포츠로 나아간 결정적 전환점은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근대 올림픽이었다.

당시 역도는 단 두 종목 시행되었지만 ‘남성의 힘을 상징하는 스포츠’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여성 역도는 1980년대 이후 각국에서 점차 연맹이 조직되고 국제대회가 열리면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는 역도가 근대적 남성성의 상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성별을 초월한 전문 스포츠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국체육대회에서 출전한 역도 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에 역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40~50년대 미군정을 거치면서 서구식 체력 훈련법이 국내 체육계에 유입되었고, 바벨과 중량 장비가 소개되면서 역도 인프라가 조금씩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후 1947년 대한역도연맹이 창립되면서 한국 역도는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딛었고,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에 첫 선수단을 파견하며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이 시기 국가대표 1세대였던 김성집은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과 1952년 제15회 헬싱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1956년 제16회 멜버른 올림픽에서는 김창희가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역도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역도의 기틀을 세웠다.

1960~70년대에는 체급별 유망주들이 등장해 아시아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한민국 역도 황금기인 1980~90년대에는 전북 진안 출신의 ‘작은 거인’ 전병관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전병관은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해 인상 132.5Kg, 용상 155Kg으로 대한민국 역도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고, 1990년 베이징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991년 도나우에싱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역도는 정산권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서재혁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1년 파리 세계선수권 동메달 등을 획득했다.

전북 순창 출신의 이배영은 제27회 시드니, 제28회 아테네,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부상으로 용상에서 넘어지며 실격 됐지만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고 미소를 지어 ‘살인 미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한국 여자 역도의 역사적인 인물도 나왔다.

바로 세계와 대한민국 체육계에 깊은 울림을 남긴 장미란이다.

장미란은 2004년 제28회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합계 326Kg으로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 여성 역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개의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장미란의 시대는 ‘기록의 시대’이자 ‘존재감의 시대’였고, 여성도 역도에서 세계 최고가 될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현재는 박혜정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박혜정은 2024년 제33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박 선수는 2023년 진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획득하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관왕에 오르며 역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2023년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 이후 13년 만에 정상에 올라섰다.

올해 10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3관왕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역도연맹은 김태건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과 대의원 등 41명의 임원들이 전북자치도 역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현재 전북체육중과 순창북중 등 중학교 4개팀과 순창고·진안역도스포츠클럽 등 고등학교 3개팀, 진안군청·하이트진로(주)·순창군청 등 3개의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동호회도 전북역도동호회와 진안역도스포츠클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순창북중 전태양 선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하이트진로 문민희 선수가 용상 64Kg급과 합계 64Kg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관왕 올랐고 인상 64Kg급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전북체고의 이도영은 용상 81Kg급과 합계 81Kg급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고, 진안군청 김요한도 용상 67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진안군청 유동주, 한국체대 홍유빈, 순창고 박가빈, 전북체고 박재인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북자치도역도연맹 김태건 회장

전북자치도역도연맹 김태건 회장은 “연맹은 선수 발굴과 체계적인 육성, 지도자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전국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전북 역도의 저력을 입증해 왔다”며 “학교·체육회·클럽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도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역도 대중화 등에도 힘쓰며, 전북 역도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로서 역도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인간의 한계를 기록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들수 없을 것 같았던 무게를 머리 위로 고정하는 순간, 경기장은 폭발적인 환호로 뒤덮인다.

그 순간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 인강의 가능성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힘과 기술, 속도와 균형, 정신력과 전략이 집약된 스포츠 ‘역도’는 지금도 세계 무대에서 그 존재 가치를 증명하며 진화하고 있다.

전북의 수많은 선수들이 바벨을 들어 올리며 이뤄낸 성취는 지역의 명예를 넘어 대한민국 역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북 역도는 앞으로 새로운 선수 발굴과 과학적 훈련을 바탕으로 대한민국과 세계 무대를 향해 또 한 번의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오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