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커피-임미양

한 모금에 바람이 불고

한 모금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한 모금에 생각은 꼬리를 물고

한 모금에 비가를 부르고

한 모금에 뼛속까지 두렵다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쓰다

여기에 숨결이 다 들어 있었다

우주가 들어 있었다

한 모금 심연의 떨림으로 

그렇게 내게 왔다

△ 커피 한 잔은 이별을 품고 피어난 늦가을 구절초의 애절한 숨결이다.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쓰디쓸 때가 있다. 얼마 만인가. 커피 한 잔의 잔잔한 그리움에 마음이 요동치다니. 한 모금 전율. 작은 폭풍 안에 보고 싶은 사람의 모습이 흔들릴 때 커피 향이 눈물이다, ‘떨림으로’ 다가오면 꽃은 울음을 삼킨 듯 고요하다. “심연의 떨림으로” 찻잔이 흔들린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