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인물] 김상남 “설립 20주년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강소 연구기관으로 성장”

지역 농산자원 기능성 소재로 개발해 기술이전, 기업·농가 소득 ↑ 연구원 규모 확대 고민…"헴프·푸드테크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최선"

김상남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장이 지난 10일 연구원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민주 기자

특허 출원·등록 120건, 논문 게재 156편, 연구과제 수행 161건, 기능성 제품 개발 258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전주시 출연기관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의 성적표다. 직원 24명 가운데 연구직 인력이 13명(박사급 7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김상남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장이 연구원을 ‘강소 연구기관’이라 표현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언제까지 ‘작지만 강한’ 연구기관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김 원장의 가장 큰 고민도 연구원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 헴프, 푸드테크, 피지컬 AI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 원장이 생각하는 연구원의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다음은 연구원의 지난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정리한 내용이다.

-원장으로 취임하신 뒤 주력한 과제는 무엇이었고, 그 성과는 어땠나요?

“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첫째는 연구원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지난 20년간 47건의 특허기술과 156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지만 연구 인력과 장비, 시설 등 인프라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연구 시설·장비 개선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연구 성과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전주시 농생명기업 육성 지원 강화입니다. 이와 관련 한국인정기구(KOLAS) 자격 획득을 목표로 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업보육센터 구축, 연구소기업 확대 등을 통해 기술 창업에서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기업 성장 지원 플랫폼 조성으로 기능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셋째는 헴프 산업, 기능성식품 규제자유특구, 전주 K-푸드 클러스터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입니다. 넷째는 내·외부 네트워크 강화입니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 등 국가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식량과학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전주비빔밥 활성화를 위한 품종 개선 등 지역 상생 모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이 보기에 지난 20년간 연구원이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리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전주 농생명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습니다. 전주 미나리, 바디나물, 전주 모주 등 지역 농생명 자원을 기능성 소재로 개발하고 기술이전·사업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습니다. 맞춤형 기술 지원으로 애로기술 해결 289건, 시제품 개발 258건, 고용 창출 700명 이상이라는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특허 등록·출원 120건, 기술이전 12건, 기술료 수입 약 1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버리고 기업, 농가, 지자체의 수요를 기반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이 결과를 현장에 연결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체질은 바꾼 결과라고 봅니다.”

-연구원이 지역 농가와 기업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가요?

“연구원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기반한 선순환 체계 구축입니다. 지역 농산자원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개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주 미나리 추출 복합물 숙취해소제 ‘깨나리’, 전주 모주 기반 비건 마스크팩 등이 있습니다. 기술 이전을 통해 기업들이 전주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면서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습니다. 최근 5년간 연구원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누적 매출은 1100억원을 넘었습니다. 전주 농산물 구매액도 20억원 이상입니다.”

-연구원장으로서 전주, 전북의 농생명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전북과 전주의 농생명산업의 경우 풍부한 자원과 인프라는 강점입니다. 반면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로 앵커기업이 부족하고, 우수 인력 확보와 스케일업 단계에서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앞으로는 농생명·그린바이오 자원과 역량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연구·실증·사업화가 하나의 구조로 작동하도록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전주시의 농생명산업을 그린바이오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여러 번 언급하셨습니다.

“전주시는 전통농업과 도시농업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지역의 국가 연구기관, 대학 등과  상생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연구원의 바이오소재 개발 역량, 분석·평가 인프라를 결합할 경우 전주시를 전북의 그린바이오산업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농생명 자원·데이터·인프라를 공유하는 통합 구조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 연구원에서는 AI 기반 전주형 웰니스 플랫폼을 연구 중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등 과거 국가 연구기관 책임자로서의 경험이 현재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을 이끄는데 어떤 자산이 되고 있나요?

“국가기관 근무를 통해 두 가지 자산을 얻었습니다. 국가 R&D 정책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연구 행정 시스템 관리 경험입니다. 국가 농업정책, R&D정책에 대한 이해는 연구원의 전략 수립과 국비 확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1500여명 규모 조직을 운영한 경험은 연구과제 관리와 행정 관리 등 책임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실질적인 자산이 됐습니다.”

-후배 리더나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리더는 혼자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공감, 협업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세대와 전공이 함께 일하는 조직일수록 열린 태도가 필요합니다. 연구와 업무는 디테일에서 성과 차이가 나며, 장기 연구가 많은 농생명 분야에서는 자기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 역시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을 전주형 농생명 산업의 설계자이자 실행 주체로 확고히 자리매김시키는 것입니다. 기능성 소재화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 인력·시설·장비 현대화와 창업 보육 기능 강화를 통해 전북 농생명산업을 주도하는 거점 연구기관으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김상남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장은

김상남 원장은 강원 강릉 출신으로 서울대 농업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농생명대학원에서 농촌사회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정선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농촌진흥청에서 대변인, 농촌지원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 원장은 농촌진흥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지도직(농촌지도직) 출신으로 원장 자리에 오른 사례로 꼽힌다. 국립식량과학원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등 중책을 맡으며 연구·현장 연계를 강화해왔다.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장으로서도 지역 농생명 산업 발전과 기술 지원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