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개성과 안목으로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김두해‧이흥재‧선기현 작가가 뜻 깊은 3인 전시회를 마련했다.
세 작가는 독특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이흥재 작가에게 김두해‧선기현 작가가 전시회를 제안했고, 얼결에 시작된 전시회가 어느덧 36회째 이어지게 됐다. 1988년 첫발을 뗀 ‘삼인전’은 두 차례 휴지기를 거쳤지만, 현재까지 매년 같은 이름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꾸준함 자체가 하나의 이력이 된 셈이다.
미술관 솔에서 열리는 ‘제36회 삼인 김두해‧이흥재‧선기현전'에서는 중견의 입지에 올라선 3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 27점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재료와 작업 방식, 개념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작가의 예술세계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관객의 감각을 환기시킨다.
김두해 작가는 유화를 두텁게 발라 심화된 마티에르와 평면적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 11점을 내놓았다. 화면 대부분을 비워둔 채색으로 채우거나 화면 상단 한쪽만 살짝 보여주는 작품 등 추상과 반구상을 넘나드는 작품들을 주로 배치했다. 특히 그의 신작 ‘별밤’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투영돼 눈길을 끈다.
선기현 작가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소재로 캔버스를 채웠다. 봄‧여름‧가을‧겨을 등 사계절을 표현한 작가는 수채화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 평소 두툼한 질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작가는 붓이 화면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해 붓결이 살아 있는 담백한 화을 완성했다.
이흥재 작가의 사진은 점묘법으로 그린 회화 그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폭설과 몽우(이슬비)가 내리는 자연을 앵글에 담아낸 작가는 관객에 감정의 전이라는 신세계를 제공한다. 찰나를 포착한 작품 8점은 작가 스스로 자연과 교감하고 얻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두근거리다’, ‘설레이다’, ‘The Blue’ 등의 명제는 작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마주한 감정이다.
23일 미술관 솔에서 만난 이흥재 작가는 “세 명의 작품을 보면 너무나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성격이나 작품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가치관이 비슷하고 작업에 대한 철학이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명이 만난 것은 ‘그냥’ 만나게 된 것”이라며 “평생의 반려자처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매년 연말 삼인전을 열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이들은 올해 전시를 마무리한 뒤 거제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40년의 세월을 이어온 ‘삼인전’의 역사 등을 기록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전시는 29일까지.
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