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는 “함께 살던 아들이 자녀도 없이 갑자기 사망한 아픔도 잠시, 아들이 중환자실에 있는 사이 아들 재산을 빼돌린 것도 모자라 아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사망신고를 미루고 조의금과 남은 재산마저 전부 챙겨 사리진 며느리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빚을 많이 지고 죽은 아들 빚을 갚으려고 그런다는 며느리 말을 믿었지만, 장례가 끝난 직후부터 연락이 안 되는 며느리가 야속해 아들의 재산상황을 확인해 보니 며느리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며 화가 난 표정으로 “재산만 챙겨 도망친 며느리를 처벌받게 할 수 없냐?”고 물었다.
내담자의 말을 듣고, 과거에는 대가족 중심 사회의 가족 문제 불개입 원칙에 따라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해야만 처벌하는 친족상도례가 있어 처벌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며느리가 친족상도례를 생각하고 재산을 챙겨 도망간 것은 아닐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며느리를 혼내 줄 수 있다는 말을 전하자 밝게 웃는 내담자를 보며 가족끼리 꼭 그래야만 했는지 잠시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한편, 며느리가 친족상도례를 믿고 재산 전부를 갖고 도망쳤다면, 그건 큰 실수다. 즉,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직계혈족, 배우자 등에 대해 형을 면제하던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면서,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중지명령도 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은 날부터 친족상도례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중환자실에 있는 남편의 재산을 빼돌리고, 사망 후 사망신고 전에도 마치 남편이 살아 있는 것처럼 남편을 대리해 재산을 빼돌린 며느리는 형이 면제되지 않고, 사기죄 등으로 중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 어떤 친척 관계이든 가족 사이에서 일어난 재산범죄에 대해 형 면제 대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친족상도례를 개편하는 형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법 개정도 앞두고 있는 만큼, 새해에는 모두가 가족의 재산 대신 가족의 사랑을 선택하는 진짜 가족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박형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