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줄기찬 소낙비 소리처럼
갈바람에 떨고 있는 깐치밥처럼
내 마음 초라하고 외로워도
또 가는가 하면 돌아오는 속절없는 세월 앞에
오늘 같은 날엔 모두를 내려놓고 텁텁한 탁주 한 사발
육자배기 한 가락이 제격 일턴데……
뉘를 그리워한들 떠나간 사람이 돌아올 리 없고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인연이 그리운 시방
삶에 물음표 붙이고 고민해 본들
정답은 머리를 하늘로 올리고 흔들리는 시소 타기가
우리의 인생이라는 생각만 짙게 드는구려!
△ 「삶의 정답은」 없다. 다만 삶은 화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삶은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텁텁한 탁주 한 사발” 마실 때의 행복이 삶의 존재 이유입니다. 아무리 고된 상처에 몸부림쳐도, 아무리 무지개처럼 화려하고 풍족한 하루를 즐겨도 “떠나간 사람이 돌아올 리 없”는 슬픈 삶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내 주위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이별의 아픔을 준다. 긴 이별의 문턱에서 화자는 가난해져야 행복할지도 모른다. 삶은 시소 타기처럼 즐거움과 괴로움이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