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지났지만 제자리…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흔들’

라벨 미제거·혼합 수거 반복에 시민들 혼란 ‘실효성 논란 속’ 환경부, 제도 재검토 착수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은 전주시의 한 투명페트병 수거함의 모습. /조현욱 기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착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도 재검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 분리수거장. 수거함에는 투명 페트병만 버리도록 표지가 붙어 있었지만, 내부에는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페트병과 플라스틱 통이 다수 섞여 배출된 상태였다. 

심지어 배달 음식 용기가 내부 음식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버려져 있었고, 일부 페트병 내부에는 음료가 그대로 남아있기도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의 수거함에 배출하도록 만든 제도다. 투명 페트병 배출 시에는 내용물을 비운 후 라벨을 제거하고 배출해야 하며, 위반 시 최대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재활용 공정 시 재생 원료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김모(50대‧여) 씨는 “평소 페트병 라벨을 무조건 제거해서 버리고 있고, 분리배출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그렇게 시간을 써서 페트병을 배출하러 나왔는데 이미 수거함에 뒤죽박죽으로 버려져 있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분리 배출한 페트병이 수거 시 혼합 수거되거나, 다른 폐기물과 섞여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 등 제도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제도 재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탈 플라스틱 로드맵을 세우면서 정책 효과 등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는 단계”라며 “업계 일부에서는 이제 재활용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 만큼 따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도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여러 의견을 검토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환경부의 공식적인 발표 이후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위해 점검과 계도, 회수기 설치 등 여러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후 정식으로 관련 공문 등이 내려오면 맞춰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주시 관계자도 “재검토를 해보겠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실질적으로 어떤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실태 점검 등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대해 꾸준히 대응하고 있으며, 향후 공식 발표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제도 유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그간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행정적 노력이 충분했는지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는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제 시행 이후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투명 페트병을 버릴 수 있는 곳을 추가로 설치하고, 페트병 수거 체계를 더 명확하게 정립하는 등 제대로 된 제도 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