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급성장하는 글로벌 헴프(산업용 대마) 시장을 겨냥해 새만금을 핵심 산업 거점으로 키우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 완화를 전제로 한 ‘메가샌드박스’ 모델을 통해 재배부터 가공·수출까지 산업 전 주기를 새만금에 집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추진되는 헴프산업클러스터 조성에는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총 3875억 원이 투입된다.
국비 2603억 원, 지방비 333억 원, 민자 등 기타 재원 939억 원이 포함된 규모다.
이 사업은 국정과제인 신산업 규제 재설계와 균형성장 거점 육성 과제에도 포함돼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 의지가 반영됐다.
글로벌 헴프 시장은 2030년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30%를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캐나다는 THC(환각 성분) 함량 0.3% 이하 헴프를 마약류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산업화를 추진 중이고, 유럽연합(EU)은 CBD 식품을 신식품으로 분류해 유통을 허용했다. 일본과 태국도 규제 완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마 재배와 활용이 엄격히 제한돼 산업 확장이 쉽지 않았다.
경북 안동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CBD 수출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나, 재배·가공 시설이 분산돼 있고 실증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도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만금에 ‘메가특구’ 개념을 도입한다. 기존 규제자유특구가 개별 행위에 대한 예외 허용 방식이었다면, 메가특구는 원칙 허용·예외 제한 방식의 포괄적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THC 0.3% 미만 헴프의 재배·제조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안전관리 위반 등 위험 요소만 제한하는 구조다.
사업 부지는 새만금 농생명권역 4공구 53ha다.
1단계로 2026~2030년까지 1,275억 원을 투입해 부지 조성과 스마트팜 기반 재배시설, 헴프산업진흥원과 안전관리센터, 기업 입주단지를 조성한다.
2단계에서는 의료용 헴프 산업과 CDMO 시설, 임상·비임상 평가 체계를 구축해 산업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적 기반 마련도 병행되는데. ‘헴프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산업진흥원 설립, 안전관리지역 지정, 이력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재배·제조업 허가 체계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도는 헴프산업 TF를 가동해 전문가 자문을 이어왔으며, 내년 상반기 국회 정책토론회를 거쳐 법안 발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관영 지사는 “해외 시장이 이미 헴프산업을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새만금 메가특구를 통해 재배부터 가공·수출까지 원스톱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