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사는 김모(30대·여)씨는 오늘도 노트북을 펴고 사업계획서를 다듬고 있다. 아직 직원도 없고, 사무실도 구하지 못했지만, 그의 모니터 안에는 분명한 목표가 담겨져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북 곳곳에서는 김씨처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사업가들이 전북을 출발선으로 삼아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시장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전북에서의 창업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농생명과 바이오, 지능형 기계·부품, 환경·에너지, 콘텐츠와 플랫폼 산업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전북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산업 기반 위에 기술과 아이디어가 결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완성된 성공담의 주인공이 아니다. 이제 막 기업의 형태를 갖추거나, 시장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에 있는 청년 창업가들이다. 전북일보는 올 한 해 동안 그들의 성장을 매월 1회씩 기록한다.
지역의 산업에서 아이디어를 찾다.
전북에서 시작한 청년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지역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과 식품, 제조와 부품, 환경과 에너지 등 전북의 산업은 오랜 시간 지역 경제를 떠받쳐 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창업기업은 4만3367곳에 달한다. 국가데이터 조사 결과 매달 2000~4000여 건의 신규 창업기업이 생겨난다.
최근에는 이 산업 위에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한 창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농생명 분야에서는 스마트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고, 기계·부품 산업에서도 자동화·지능화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산업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자연스럽게 전북과 기업의 성장을 연결한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쌓아간다. 전북에서 시작한 창업이 단순한 로컬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이유다.
창업이 지역의 미래가 되는 순간
청년 창업은 개인의 도전을 넘어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다.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지면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지역 산업에 스며든다. 전북에서 시작한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역 경제의 구조는 더욱 다층적으로 확장된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기업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은 곧 전북 경제의 지속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전북에서 창업을 선택한 청년 사업가들은 지역을 떠나는 대신, 지역에서 기회를 만들고 있다. 전북의 자원과 인프라, 사람들과 연결되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은 전북만의 창업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북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창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이 같은 창업 흐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도 점차 체계를 갖추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창업성공패키지(청년창업사관학교·글로벌창업사관학교)는 청년 창업가들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사업화 자금 지원을 비롯해 창업 공간 제공, 단계별 교육과 멘토링, 투자 연계까지 패키지 형태로 운영되며 창업가들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전북(전주)캠퍼스는 농생명바이오와 지능형 기계·부품 등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된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역 산업과 맞닿은 창업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전북의 산업구조 역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는 전북에서 시작한 기업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창업 지원 정책의 성과는 매출,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등의 지표로도 확인된다. 최근 수년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거친 기업들은 다양한 성과를 쌓으며 성장해 왔다. 일부 기업은 전국 단위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며 전북에서 시작한 창업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전북에서 기업을 시작하고 도전을 이어가는 청년 사업가들의 시도 자체가 전북 창업생태계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일수록 전북 경제는 더욱 탄탄한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다.
전북에서 시작한 선택의 의미
전북에서 창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업지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산업과 사람, 환경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전북에서 시작한 청년 기업가들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기업의 정체성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전북 경제는 더욱 역동적인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창업은 전북 경제의 다음 장을 여는 중요한 열쇠다.
“청년 기업인들을 키우는 경험과 기회”
지난해 15기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에 했던 기업 관계자는 “창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막막했던 부분을 청년사관학교를 통해 많이 해소했다”며 “전북은 식품특화지역이기 때문에 지원 등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컸다. 기업들이 초기에 성장하고 자립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했는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의 경우 국토의 중간에 있고 식품 생산지이기 때문에 현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부분이 컸다.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를 하면서 투자를 받게 됐는데, 창업을 시작하는 전북 청년들에게는 좋은 경험과 기회가 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