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부귀면 소재 창렬사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옹색해 확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렬사는 임진왜란 때 웅치전투에서 산화한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고자 건립된 사당으로 부귀면 세동리 856-1번지에 위치한다.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소소한 목소리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안호영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강력히 제기돼 힘을 얻고 있다. 간담회에선 “나라(조선)를 구한 웅치전투는 그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하고, 창렬사 확장 조성이 그 첫걸음”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간담회에는 진안 웅치전적지보존회 최규영 이사장 등 보존회와 진안문화원 임직원 다수 등이 참석했다.
창렬사는 웅치전투 호국영령 추모를 위해 진안군이 지난 2012년 6월 25일 건립, 운영 중인 사당으로 공간이 너무 옹색해 해마다 양력 8월 13일께 치러지는 웅치전 호국영령 추모제를 올릴 때마다 불편을 겪는다. 많은 참여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워 일부가 마당 밖에 예를 올리기도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남원시 만인의총(충렬사)과 충남 금산군 칠백의총(종용사) 등 임진왜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사당 두 곳의 크기가 구체적으로 비교됐다.
간담회에 따르면, 진안 창렬사의 건축면적은 23.76㎡(7.2평)에 불과한데 충남 금산군 칠백의총 사당인 ‘종용사’의 건축면적은 58평으로 진안 창렬사의 8배에 이른다. 또 남원시 만인의총 사당인 충렬사의 건축면적은 50평으로 진안 창렬사의 7배가량이다.
사당을 둘러싼 모든 공간, 즉 사당, 대지, 마당, 주차장 등등을 합친 공간의 크기도 창렬사는 863㎡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칠백의총의 지정면적은 13만 5693㎡로 진안 창렬사의 150배가 넘고, 만인의총은 8만 9168㎡로 100배가 넘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규영 이사장은 웅치전전적지의 역사적 가치나 위상이 만인의총이나 칠백의총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치열했던 웅치전투는 비록 패배한 전투이긴 하지만 일본군 주력부대에 큰 타격을 주어 전라감영(전라도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관아)으로의 진격 의지를 꺾었다. 웅치전투 이후 일본군은 전라감영으로 향하던 중 전의를 상실해 안덕원 부근(전주 외곽)에서 결국 퇴각했다. 이후 호남은 조선팔도 전역에 전쟁 필요 물자를 조달하는 보급기지, 즉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지난 2022년 12월 30일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받아 웅치전적지는 국가사적 제567호로 지정됐다. 사적으로 지정된 지역은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일원(9필지)과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일원(2필지)의 총 11필지(23만 2329㎡)이다.
최규영 이사장은 “임진왜란 때 조선팔도를 보전한 국가적 최후 보루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진안=국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