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만금 헴프산업 중심지로 키워라

아편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중국은 마약에 대한 국가나 사회적 규제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또한 마약류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엄청나게 강한 편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마약의 ‘마’자만 나와도 기겁을 하면서 말도 못 꺼내게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넓은 의미에서 마약류는 각종 산업 분야, 특히 의료, 바이오 분야에서 두드러진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에 각종 제도의 틀 속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게 중대한 과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헴프(hemp) 또는 산업용 헴프는 산업용 및 소비용으로 특별히 재배되는 칸나비스 사티바 재배품종 식물을 말한다. 헴프는 오늘날 종이, 밧줄, 직물,도료, 단열재, 바이오 연료, 음식, 동물 사료를 포함한 다양한 상업 품목으로 정제될 수 있을만큼 응용범위가 넓다. 규제는 천차만별인데 어떤 나라는 낮은 THC(환각성분) 함량으로 재배된 헴프만 상업 생산을 허용한다. 산업용 헴프는 대마의 THC(환각성분) 함량이 낮은 품종으로 마리화나와 구분된다. 산업용 헴프 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100조원(2030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래서 전북도는 새만금 글로벌 메가 샌드박스 메가특구 1호로 ‘헴프산업클러스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용 헴프 재배와 가공, 소재화, 제품화, 수출 규제혁신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반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특례 제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 기반을 조성하고 내년 상반기 중 특별법도 발의할 계획이다. 전북도와 경북도가 손을 맞잡고 추진중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경북은 이미 2020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각종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전북도는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1호 사업인 헴프산업클러스터 조성에 내년부터 2034년까지 총 3875억원을 투자한다. 이 사업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시장은 이미 폭넓은 규제 완화로 헴프산업을 선점, 빠르게 나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확실한 정보나 지식도 없이 막연하게 “마약류는 안된다”는 고루하고 편협한 사고로는 미래가 없다. 새만금을 헴프산업 중심지로 키우는 길이 있으면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