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내 한 국회의원 자녀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장관을 겸한 현역 국회의원인지라 지인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때가 때인지라 지역위 주변 인사는 물론, 지역 기업인,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도 앞다퉈서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후보들은 결혼식에 참석해서 해당 국회의원과 촬영한 사진을 자랑하듯 떠벌리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은연중 “나는 지역위원장과 이처럼 친분이 두텁다”며 소위 선거마케팅을 하는 심정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내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특정 국회의원의 결혼식 등에 참석해 함께 촬영한 사진을 지방선거 과정에서 활용하지 말라는 엄명이 당 차원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주시장이나 도의원, 시의원 등이 자신의 SNS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음은 물론이다.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 탈당한 강선우 국회의원 , 김경 서울시의원이 공천헌금 등으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면서 구태여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사실 강선우-김경 사건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보장된 영남이나 호남에서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1991년 지방선거가 부활한 이래 전북에서는 돈으로 공천을 주고받거나 사후에 약속한 점이 빌미가 돼 형사처벌을 받는 등 크고작은 사건이 많았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권력과 명예를 돈으로 산 사람이 자폭하는 상황이 아닌 한 이를 먼저 떠벌리고 다닐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엔 과거처럼 공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위험하고 촌스럽게 목돈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소 위원장의 활동비용이나 처세비용을 대신내주면서 집사처럼 움직이는게 주는자나 받는자 모두에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때마다 당 차원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으나 허울만 그럴뿐 사실은 나눠먹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천관리위원은 직업이나 성비 등이 그럴듯하게 구성되지만 사실은 각 지역위의 대리인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4년전 지방선거때 각 지역위에서는 한명씩 대리인을 내세웠으나 도내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그것도 못미더워 자신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제몫찾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조선 말기 사회의 부패상을 상징하는 두 단어가 있다. 백골징포(白骨徵布)와 황구첨정(黃口簽丁)이 바로 그것이다. 죽은 사람을 산 사람인 것처럼 군적과 세금 대장에 올려놓고 군포를 징수하던 일과 병역 적령에 이르지 못한 젖먹이 어린애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징수하던 관원의 횡포를 이르는 말이다. 이같은 가렴주구가 판을 친것은 조선팔도의 수령과 방백이 돈으로 벼슬을 샀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과거는 그렇거니와 이제라도 돈으로 공천장을 주고받는 매관매직은 없애야 한다. 공천 직전 수억원을 갖다주고 공천장을 받는 것이나, 평소 지속적으로 조금씩 받는 것이나 방식만 다를뿐 똑같은 매관매직이다. 이번 지방선거부터라도 지역위원장 입김을 최소화해야만 돈 공천 소문이 없어질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