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누구를 위한 행정대통합인가

김종법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주목받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의 하나는 행정대통합이다. 5극 3특(5개의 광역경제권과 3개 특별자치권) 체제로 대표되는 행정대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행정대통합은 민주당의 특별법 발의와 특별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정도로 추진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수도권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권역별 행정대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축소사회, 인구감소, 초고령사회, 지방소멸, 지역양극화 등 한국 사회의 숱한 위기를 해소하고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필자 역시 당면한 한국 사회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행정대통합의 설계와 추진 과정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우선 수도권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명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쟁이란 기본적인 여건 자체가 유사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공정한 경기를 전제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실제 상황은 이를 반대로 증명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관련 자료에 의하면, 인구의 약 51%,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중 약 80%에 달하는 385곳, 331개 종합병원 중 수도권 소재 병원 수(상위 16개 상급병원 중 15개)나 전체 병상의 40% 이상 수도권 소재, 영화관 수 역시 51.6%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과 기반은 혹 어찌하여 행정대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공정한 경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방소멸 위기 완화 역시 행정대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통합 지역 내의 지역 간 불균형과 특정 지역으로의 편중 문제(시작도 전에 통합시의 본청 소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양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쳐 ‘나의 삶’을 향상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행정대통합을 반기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지역 내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소수의 기득권으로 보인다. 행정대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이득을 선점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번 기회가 매우 반가울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 대부분에게는 불편한 행정체계 개편이 불과한 껍데기뿐인 ‘대통합’이 될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해당 지역 주민인 이유이다. 정책 입안자의 말 한마디나 추진위원회의 준비 과정 및 해당 지역 행정관료들의 이해관계와 지역 기득권의 유불리에 매몰되지 않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행정대통합’과 ‘지역경쟁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정대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잘 준비된 과정과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행정대통합이라는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대통합의 실체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지역의 대의와 공익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세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인구 합치기’나 행정대통합이 아니라 대통합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세부 계획을 영역별로 수립해야 한다. 외형적인 대통합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실질적인 대통합의 구체적 영역과 특성을 앞에 놓고 이를 중심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도권과의 경쟁이 목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하는 방법의 대통합 과정과 준비이어야 한다. 학벌이 존재하고, 지역 간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한 작금의 상황에서 단순한 순위 경쟁은 의미 없는 몸부림과 변화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이해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행정대통합을 고대해 본다. 

△김종법 교수는 현재 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정치사상·정당과 선거·문화정치학이 주 연구 분야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EU센터 HK사업단 연구교수, 한양대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대전발전연구원·대전세종연구원 자문위원, 코레일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등 조직경영 및 공공자문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한국정치연구회 회장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개선 자문위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