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도심 밝힌 ‘3만개 청사초롱’… ‘관광 자산’인가 ‘전력 낭비’인가

18.8km, 3만2740개 설치… 조성에 3억·월 전기료 100만원대 시민단체 “빛공해·기후위기 역행” vs 시 “야간 체류·SNS 효과” 철거·유지 논란 속 공식 공론화 없어… 정책 판단 책임론 대두

광한루원 일대 청사초롱/사진=남원시

남원 도심의 밤을 밝히는 청사초롱을 두고 ‘도심 활기’와 ‘전력 낭비’라는 상반된 평가가 충돌하고 있다.

축제형 경관 사업을 상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놓고 남원시의 정책 판단이 시험대에 올랐다.

16일 남원시에 따르면, 남원 구도심과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청사초롱은 모두 3만2740개로, 설치 구간은 약 18.8km다. 설치에는 3억3400만원이 들었다.

구간별로는 요천로~소리길·더라우 구간에 1만5935개(8.6km)가 설치돼 가장 많았고, 승월교·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 일대 9882개(5.6km), 남문로~의총로 2675개(1.5km), 금수정·요천로 벚꽃길 2550개(1.4km), 남원대교~동림교 및 도통동 상권가에 1698개(1.5km)가 각각 들어섰다.

시는 일몰 시간부터 오후 11시까지 청사초롱을 점등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은 지난해 1월 132만9340원, 2월 119만5050원, 3월 123만130원 등으로 월 평균 120~1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 ‘시민의 숲’은 지난해 10월 과도한 전력 소비와 빛 공해를 이유로 청사초롱 철거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 남원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자 비판은 이어졌다.

시민의 숲은 지난 13일 다시 성명을 내고 “기후위기 역행 사업인 청사초롱 철거를 제안했지만 남원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청사초롱 예산을 민생 지원이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는 청사초롱이 기존 관광 동선에 새로운 야간 경관을 더하며 관광객 체류를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기념사진 촬영 장소가 광한루원이나 서도역, 김병종 미술관 등에 비교적 한정돼 있었지만, 청사초롱이 설치된 이후 도심 곳곳에서 야간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청사초롱 아래에서 촬영한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새로운 ‘야경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승월교 청사초롱을 배경으로 소녀시대 수영이 개인 SNS에 사진을 게시한 사례도 있다.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전주에 거주하는 관광객 서모(61) 씨는 “춘향과 이도령의 도시라는 남원의 이미지와 청사초롱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며 “조명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가 살아 있어 밤에 걷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가 역사 경관으로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듯, 청사초롱은 남원만의 야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가끔 그 야경이 생각나 일부러 남원을 찾기도 하는데, 만약 사라진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사초롱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조명 설치를 넘어, 축제형 경관 사업을 상시화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 부담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철거와 유지·개선이라는 엇갈린 요구 속에서 남원시의 정책 판단이 주목된다.

시 관계자는 “청사초롱 설치는 기존 관광 동선에 야간 경관을 보완해 관광객들의 도심 체류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현재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를 사용하고 있고,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운영 방식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최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