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창을 냈다
사과나무 묘목은 언제 몸을 열까
궁금함과 기다림 사이
그리움이 움튼다
여전하다 소식 없다 꿈쩍없더니
비비비 한 사흘 비 갠
뜰에 내려 두리번거린다 딱새다
통 통 통 발자국을 찍는다
휘이청 기다리는 먹이를 물고
사과나무에 앉아 망을 보다 푸릉 떠난 가지
오오래 흔들린다
흔들 흐은 들들들 손 흔든다
산다는 것 서로의 다리가 되어
건너는 것이구나
그리하여 어린 사과나무의 긴 잠이 깨었는가
꼬물꼬물 꼼지락거리며
눈곱만 한 이파리를 내미네
한 잎의 초록도
사랑이 깃든 후에야 싹을 틔우는
저 아름다운 이치라니
흔들리는 것의 이쪽과 저쪽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을까?
사과나무 가지와 딱새, 그리 별것도 아닌 것들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인해 초록이 돋고, 우주의 한 순간도 열린다. 문득,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던 것들,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던 것들이 하찮아진다. 그것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지며 소멸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길 하나로 내 미소가 더욱 깊어지던 순간을 생각한다. 나를 스쳐 간, 내가 스쳐 온 인연들을 가만히 꺼내본다. 실은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나를 키웠고 앞으로도 나를 보듬어주리라. 그것이 꼭 사랑이 아니어도 될지 모른다. / 경종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