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지방선거 일자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본래 지방자치제도는 지역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하나의 정치적 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3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지방선거의 실상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그중에 하나로서 출마자들의 수준과 자질이 제자리 걸음마 상태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함량 미달자들이 누가 뛰니 나도 뛴다는 식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바닷가에서 새우가 뛰니까 망둥이도 함께 뛰는 격이다. 또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그런 류의 입후보자들은 축구장에서 90분 동안 헛발질만 하다가 환영받지 못하고 퇴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필경 깜냥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누가 어떤 인물인지 훤히 알고 있다. 그래서 출마자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조건 나설 일이 아니다. 잘못 판단하게 되면 본인에게 독이 될 수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출마자의 적격성 또는 덕목은 무엇인가. 몇 가지로 압축하자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과 겸손한 자세이다. 국가권력이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지방자치의 경우도 모든 권력과 권한은 주민의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현안 문제에 관해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적극적‧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농촌의 논두렁에 덜퍼덕 주저앉아 농민들의 애로와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찾거나, 도시 뒷골목 상인들과 된장찌개를 함께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은 평소 투철한 민주주의 정치철학과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현 의지가 온몸의 핏속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은 지방정부를 이끌어 가는 책임자로서 지역 발전을 위한 산업‧과학기술 정책, 지방행정 및 재정, 교육, 사회복지정책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엘리트가 단체장이나 의원으로서 적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엘리트들은 당선 후 타성에 젖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권위주의에 빠져 거만한 독불장군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교육감 입후보자의 경우는 예외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을 총괄하는 특수직이다. 따라서 누가 뭐래도 저명인사보다는 투철한 교육철학을 지니고 수십 년 동안 초중고생 교육현장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 제격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임기가 끝나거나 이유야 어떻든 공천에서 탈락한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경우에는 아름답게 퇴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들에게 필요한 아름다운 자세는 너무 재선‧3선에 혈안이 되지 않고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을 터득하는 것이다.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버리고 도를 닦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본인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수도 있거니와 자기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인물은 샘물처럼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출마 이후 취미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옛 친구들이나 어려운 이웃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모습인가. 저 유명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말이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과)는 대학에서 상과대학장과 글로벌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장을 지냈으며, 한국무역학회장과 한국무역통상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