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시민의 삶을 지키는 예산의 무게

이학수 정읍시장

“작은 지출을 삼가라 작은 구멍이 거대한 배를 침몰시킨다.”

“애민의 근본은 쓰임을 절약하는 데에 있고, 절용의 근본은 검소한 데에 있다.”

두 격언 중 첫 번째는 미국의 정치인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고 두 번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저술한 목민심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두 격언 모두 낭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격언은 개인의 소비 습관에도 대입할 수 있지만 지방정부에 적용할 경우   더욱 뼈 아프게 다가온다. 개인의 지갑이 비면 스스로 감당하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면 되지만 지방정부의 예산은 시민의 세금으로 채워져 비어 버릴 경우 시민의 삶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이른 새벽을 여는 전통시장 상인과 대중교통 기사의 땀방울이자 묵묵히 일터를 지키는 직장인들의 노고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혈세라는 비유가 과하지 않은 이유다. 그렇기에 1원의 예산이라도 허투루 쓰는 것은 시민의 삶을 침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민선 8기 정읍시정을 이끌면서 가슴 깊이 새긴 원칙이 있다. ‘건전 재정’이다.  무작정 돈을 쓰지 않고 아낀다고 해서 ‘건전 재정’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써야할 곳에는 꼭 쓰되 불요불급한 낭비 요인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그렇게 마련한  재원을 시민들이 원하는 곳이나 꼭 필요한 상황에 써야 ‘건전 재정’이 완성된다.

직원들과 함께 현장 행정을 하다 보면 안타깝지만 관행적으로 집행되는 예산들이 눈에 띌 때가 있다. 대부분 ‘작년에도 같은 사업으로 집행했으니까’,     ‘전임자들도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이유로 비판 없이 이어져 온 사업들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면 나는 이 사업이 이 시점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이만큼의  예산을 꼭 들여야 하는지, 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주문한다.

물론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익숙함’이라는 편리함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해 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 시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경고한 것처럼 ‘작은 구멍’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0여년 전 ‘다산’의 가르침도 시대는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비추며, 청년들의 창창한 미래와 어르신들의 편안한 노후를 지원하려면 반드시 예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정을 튼튼히 하는 일이 진정한 애민(愛民)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상황이 길어져 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대·내외적인 재정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만한 재정 운용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정읍시는 앞으로도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들이 맡겨주신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예산안을 꼼꼼히 살피고 또 살피겠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모은 예산은 정읍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마음으로 예산을 다루는 것이 공직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자 시민에 대한 예의라고 확신한다. 작은 구멍 하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정읍의 곳간을 든든히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정읍시장 이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