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의에 전북 지방선거 지형 흔들…진영 구도 재부상

안철수 신당 합당 때처럼 공천 지분·선거 전략 갈등 재연 우려 합당 논의 와중에 전북 현장선 공방 표면화…통합 명분 흔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전격 제안하자 전북 정치권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당원 주권과 절차를 둘러싼 반발과 함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2014년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 당시처럼 전북에서 공천 지분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과 민주당의 대안을 선택해 온 도민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6·3 전북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합당 제안은 아직 공식 협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전북 지방선거 준비 과정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합당 논의가 이어질 경우 민주당이 검토해 온 조기 공천 구상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고, 도내 14개 시·군 단체장 선거를 포함한 공천 구조 전반을 다시 손봐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2014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합당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통합 이후 전북·호남 지역에서 공천 지분과 전략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선거 이후까지 후폭풍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합당 논의 역시 공천 국면에서 유사한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이 전북에서 차지해 온 정치적 위상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도 해석은 엇갈린다. 혁신당은 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보다는 민주당 일당 구도에 긴장을 주는 ‘대안 선택지’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공천 방식과 정치 운영에 문제의식을 가진 일부 유권자들이 혁신당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조국혁신당이 그동안 내부 혼선을 겪어온 만큼, 민주당의 실질적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기에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전북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과거 국민의당과 비교하면 여전히 체급 차이가 크다”고 평가했다.

지역에서는 이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신경전이 표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전북을 방문한 조국혁신당 지도부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이 인용·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비방이나 논란이 아닌 정책과 비전 중심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은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합당 제안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고, 안호영 의원도 당원 주권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이성윤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공동 대응 필요성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장기 집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체 선택지를 모색해 온 전북 도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이번 합당 논의로 다시 진영 논리 속에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데다 조국혁신당 역시 당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합당 여부가 단기간에 결론 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내 한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합당 논의 자체만으로도 전북 지방선거의 공천 전략과 유권자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전북에서 반복돼 온 공천 갈등의 재현 여부와 대안적 선택을 했던 유권자들을 어떻게 포괄할지가 이번 논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