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입지 새만금](상)거론되는 이유

이 대통령 발언 이후 남부 산업 입지 논의 재점화 전력·용수·부지 갖춘 후보지로 새만금 재부상 구상에서 실행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

새만금의 시간이 찾아왔다. 대통령이 전력과 용수, 넓은 부지를 갖춘 남부권을 첨단산업 입지로 언급하면서, 전남을 비롯한 여러 지역이 저마다의 가능성을 앞세워 경쟁 구도에 뛰어들고 있다. 특정 지역을 콕 짚지 않은 발언인 만큼, 이제는 전국 각 지역이 스스로의 조건과 준비도를 증명해야 하는 국면이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광활한 산업 부지를 바탕으로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전력망과 용수 연계, 정주 여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이에 전북일보는 첨단산업 입지 경쟁 속에서 새만금이 서 있는 지점, 새만금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남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총 600조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의 첫 전진 기지가 외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총 4개의 팹 가운데 선발주자인 1기 팹의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K-반도체’ 게임체인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전력과 용수, 넓은 부지를 갖춘 남부권을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첨단산업의 대안 입지로 거론하면서, 남부권을 비롯한 전국이 유치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특정 지역을 찍지 않은 이번 언급은 전북이 내세우는 새만금을 포함한 각 후보지의 준비 수준을 본격적으로 가려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7일 중앙과 지역 정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특정 지역이나 개별 사업을 지목하기보다, 첨단산업 입지에 대한 정부의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부족한 전력과 용수를 추가로 끌어다 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부지를 동시에 갖춘 비수도권 지역으로 산업 입지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클러스터를 특정 지역에 ‘가져오자’는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입지 조건을 먼저 갖추는 접근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 구조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전북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 입지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만금을 포함한 비수도권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대통령과 정부가 전력과 용수, 넓은 부지를 기준으로 한 입지 원칙을 언급하면서, 이번 논의는 특정 지역을 넘는 전국적 유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전력·용수 제약을 전제로 비수도권 분산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발맞춰 남부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이 각자의 조건을 내세워 유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전남은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산업 부지를 근거로 유치 여건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는 재생에너지 생산력과 산업용 용수, 부지 확보 가능성을 강조하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급 능력과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북에서도 정부 기조에 맞춰 새만금에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이나 첨단산업 추가 유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안호영, 이원택 의원 등 도지사 출마 인사들도 관련 논의에 가세하고 있으며, 향후 정부의 입지 판단 과정에서 지역별 준비 수준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원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첨단 산업 단지는 전력과 용수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크고, 안전과 환경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설”이라며 “정치적 구호보다 기술과 과학, 산업 논리에 따라 입지를 판단하는 것이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만큼, 정부도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을 이미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