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행정통합이 화두다. 포문을 열었던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울산·경남까지 통합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작년 12월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밝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후 국회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됐고, 정부가 지난 16일 행정통합 지원방향을 발표하며 추진력을 더했다. ‘통합특별시(가칭)’에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의 재정지원과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대, 기업 유치 지원 등이 골자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구조개편을 넘어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가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수도권 중심의 ‘1극’ 체계를 벗어나 전국을 5개 초광역권(5극)과 3개 특별자치도(3특)로 재편해 권역별 산업·행정·재정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5극 3특은 균형성장을 위한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다. 5극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과제가 바로 행정통합이며, 빠르게는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 단체장을 선출하여, 7월부터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통합 추진이 국가균형성장을 위해 나아갈 방향인 것은 분명하나,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되는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6월 지방선거까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통합 이후 벌어질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해당 지역 주민의 삶 전반이 영향을 받는 만큼,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치면서 주민 중심이라는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통합 지원방안이 현재 운영 중인 4개 특별자치시도(전북·강원·제주·세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난 21일, 4개 특별자치시도가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 명의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인센티브로 4개 특별자치시도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였으며, 관련 제도 개선, 재정 지원, 공공기관 이전 등이 통합지역보다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2년 전 1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된 계기 역시 국가균형성장이었다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 발전에서의 소외, 영남에 비한 호남의 소외, 호남 내에서의 전북 소외, 이른바 ‘3중소외’를 겪고 있는 전북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간절함에서 시작한 것이다. 출범 2주년을 맞이한 지금, 농생명산업지구와 야간관광진흥지구, 핀테크육성지구를 지정하는 등 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중앙 정부에 의존하는 재정구조의 한계,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일자리와 정주여건 조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입증하듯, 2년 전 인구가 175만 명이었던 전북특별자치도는 현재 되려 3만 명이 빠져나가 172만 명에 머물러 있다.
특별자치시도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도 아직 충분히 달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통합특별시’ 추진이 이들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가 훼손된다.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지, 서로를 경쟁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돼선 안 된다. 두 바퀴가 모두 굴러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5극과 3특이 함께 발전할 때에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 완성될 것이다.
△박희승 국회의원은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