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을 여는 시] 콩대를 태운 밤 - 지연

부석작에서 콩대가 콩닥거리며 이 방을 데웠을 거라 생각

하면 재와 연기가 새벽이 올 때까지 방을 돌고 있다고 생각

하면 콩 속에 맺힌 영혼이 텅 빈 몸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생

각하면

 나는 데워진다 빈 깍지같이 살다 간 영혼들이 빈 깍지 같

은 나를 오래 데우다가 긴 굴뚝으로 천천히 새어 나가고 또

나처럼 서툰 이가 있어 바닥을 떠돌며 마지막 온기로 나를

받든다고 생각하면 반복한 말을 잃어버린 누군가 구들장 아

래 있다고 생각하면

바닥에 얼굴을 묻는다 몇백년 전 먼 혈육이 식은 심장을

타닥거리며 나에게 무슨 말인가 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궁이를 가진 방에 가만히 누우면 몸을 데우는 온기가 은연히 스민다. 그 온기 속 알맹이를 털어낸 것들을 밀어 넣는 누군가의 등이 보이고 뜨겁게 비틀며 사그라지는 불꽃이 어린다. 다독다독 깜박거리는 불씨가 내 몸에 누는 냄새가 맡아진다. 빈 것이 빈 것을 어루는 생의 구들, 무언가를 품었던 깍지가 사르는 불꽃이 삶이라면 그것의 온기는 또 다른 몸을 데우는 영혼이리라. / 김유석 시인